지상에 서식하는 거머리가 힘껏 뛰어오르는 극적인 순간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육지 거머리가 점프한다는 이야기는 중세 이슬람 여행가 이븐 바투타도 14세기 주장한 바 있으며, 20세기 중반에는 학자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미국 자연사박물관(AMNH) 무척추동물 전문가 파미 마이와 마이클 테슬러 박사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마다가스카르의 열대 우림을 관찰하던 중 점프하는 거머리를 발견하고 이를 영상으로 담았다.
영상 속의 거머리는 육지에서 살아가는 크토놉델라 팔락스(Chtonobdella fallax)라는 종이다. 이 거머리는 잎에서 지상으로 능숙하게 점프해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점프하는 거머리에 대해서는 유명한 탐험가 이븐 바투타의 기록에도 등장한다. 이븐 바투타는 1300년대 스리랑카를 여행하던 중 몸을 튕겨 점프하는 거머리를 본 것으로 생각된다.
파미 마이 박사는 "거머리가 숙주로 달려드는 것은 익숙하지만 물 밖에 사는 육상 거머리가 의지를 갖고 몸을 날리는 것은 상당히 오랜 세월 논란이었다"며 "분석용 거머리를 찾기 위한 조사에서 우연히 포착한 크토놉델라 팔락스의 점프는 보고도 믿지 못할 정도로 경이로웠다"고 전했다.
박사는 "영상 속의 거머리는 아무래도 숙주를 찾아 점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며 "어떤 목적이든 마다가스카르의 열대 우림을 찾는 사람이라면 거머리가 뛰어다니는 신기한 광경을 목격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수중 생물로 익숙한 거머리는 숙주의 혈액을 빨아먹는 환형동물이다. 생물학자들 사이에서는 움직이는 환경 DNA 연구실로 통할 만큼 한 지역의 생물 다양성을 알려주는 좋은 지표로 여겨진다.
파미 아이 박사는 "냇가에서 수영하다 거머리에 물린 경험은 누구나 있겠지만 사실 거머리의 행동이나 생태에 대해 인간이 아는 것은 많지 않다"며 "이번 발견은 수수께끼의 생물 거머리의 비밀에 접근하는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