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따라 마시면 동물에 물리지 않거나 교상을 입어도 멀쩡하다는 믿음이 담긴 고대 사발이 튀르키예에서 발굴됐다.

마르딘아르투크대학교 연구팀은 20일 공식 채널을 통해 800년 전 제작된 고대 사발을 공개했다. 머리 둘 달린 용이 새겨진 이 사발은 물을 따라 마실 경우 맹수가 접근하지 못하고 물리더라도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염원을 새겼다.

이 사발은 1101년부터 1409년까지 튀르키예 동남부 및 시리아 북부에서 번성한 아르투크 왕조의 성터에서 나왔다. 탄소 연대 측정에 따라 연대가 800년대로 추측되면서 아르투크 왕조가 출현하기 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맹수나 맹독성 곤충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주문을 새긴 고대 사발 <사진=마르딘아르투크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발굴 관계자는 "이 희귀한 유물은 약 1만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 도시 하산 케이프 유적의 테라코타 수도관 안에서 발견됐다"며 "1985년부터 40년 가까이 하산 케이프 발굴이 계속되고 있으나 이런 유물이 나온 적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수수께끼의 사발에는 머리가 둘인 용을 비롯해 뱀, 개, 전갈 등 다양한 동물이 그려졌고 이슬람 경전 코란의 한 구절도 담겼다"며 "그림 속 동물들은 모두 사람을 해치는 것들로, 이 사발이 주술적 의미를 담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고대인들은 몸을 상하게 하는 동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주술을 건 도구를 여럿 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장신구인데, 물을 따라 마시는 사발에 주술적 의미를 새긴 것은 드물다는 게 학계 반응이다.

사발에 새겨진 문양과 문장을 강조한 그림 <사진=마르딘아르투크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발굴 관계자는 "천재지변이나 맹수로부터 지켜달라는 주술적 도구들은 지역과 문화를 막론하고 만들어졌다"며 "이번 유물처럼 사발이나 그릇에 고대인의 염원을 담은 물건은 박물관과 개인 소장품을 합쳐 전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튀르키예 인근의 중동 국가에서는 중세에 만든 치료 목적의 물그릇이 드물게 발견되곤 했다"며 "티베트에서도 비슷한 용도로 제작한 사발이 나와 학자들의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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