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점박이복어(Torquigener albomaculosus)가 만든 미스터리 서클이 새삼 화제다. 발견된 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흰점박이복어는 바다 밑바닥에 기묘한 원형 무늬를 만드는 바다의 예술가로 이름이 높다.
미국 자연과학 채널 네이처는 19일 공식 유튜브(Natuer on PBS)를 통해 흰점박이복어 수컷이 해저에 미스터리 서클을 만드는 과정을 소개했다. 이 영상은 정교한 해양 탐사 로봇이 촬영했다.
네이처는 흰점박이복어의 생태를 관찰하기 위해 이 물고기와 똑같이 생긴 소형 로봇을 만들었다. 이 로봇은 동력 장치는 물론 고화질 카메라를 장착해 이동과 촬영이 모두 가능하다.
흰점박이복어 수컷은 짝짓기 시즌이 되면 암컷의 관심을 끌기 위해 바다 밑바닥에 미스터리 서클을 만든다. 자손을 남기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절박한 상황에 수컷들은 더 멋진 미스터리 서클을 만들기 위해 경쟁한다. 복어 수컷들로서는 일생을 건 예술작품인 셈이다.
서클은 지름이 최대 2m로 꽤 크다. 수컷은 자신의 몸이나 지느러미를 이용해 바깥에서 중심을 향해 모래를 파냄으로써 복잡한 기하학적 패턴의 미스터리 서클을 만들어 간다.
네이처는 "흰점박이복어는 성체 몸길이가 약 15㎝로, 2014년 일본 류쿠 제도 근해에서 처음 발견됐다"며 "이 복어는 2012년 류쿠 제도 해저에서 발견된 수많은 서클을 만든 것으로 밝혀져 학계를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이어 "흥미로운 것은 흰점박이복어 수컷들이 서로 다른 미스터리 서클을 만들며, 일부는 해초 등을 주워다 정성껏 장식한다는 사실"이라며 "복어를 닮은 해양 탐사 로봇은 조개껍데기를 모아 미스터리 서클을 만드는 수컷을 도왔다"고 덧붙였다.
학자들에 따르면, 흰점박이복어 수컷이 서클을 하나 완성하는 데 대략 일주일이 소요된다. 열심히 만든 작품에 암컷 마음이 동하면 그대로 짝짓기가 시작된다. 다만 어떤 암컷의 선택도 받지 못한 미스터리 서클은 쓸쓸하게 남겨진다.
미스터리 서클을 만드는 작고 귀여운 흰점박이복어는 해양생물 학자는 물론 일반인 사이에서도 인기다. 2016년 일본에서는 흰점박이복어의 생태와 미스터리 서클을 다룬 책이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