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브로맨스 드라마가 마침내 당국의 규제를 받기 시작했다. 현지 TV드라마와 영화 등을 심사하는 국가광파전시총국이 브로맨스 드라마에 대한 의견서를 공식 제출하면서 향후 방송검열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광전총국은 산하 발전연구센터를 통해 최근 범람하는 브로맨스 드라마가 성장기 청소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의견서는 최신 브로맨스 드라마 ‘호의행’의 방송 연기 소식 직후 제출돼 비상한 관심을 끈다.

의견서에서 광전총국은 “브로맨스 드라마의 보급이 청소년 가치관에 미치는 영향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드라마 속 남자배우들을 커플로 묘사한 2차 소설이 가공되는 등 풍기문란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브로맨스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너도나도 제작에 나서면서 쉽고 빠르게 이익을 추구하는 풍조가 방송가에 만연했다”며 “이런 업계의 문란함은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달 중순 방송 예정이던 '호의행' <사진=드라마 '호의행' 공식예고편>

중국의 브로맨스 드라마는 2000년대 초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 BL(보이러브)소설들을 원작으로 한다. 남성간의 연애를 표현한 작품들이 엄청난 팬덤을 형성하자 방송 제작자들은 이를 드라마로 각색해 재미를 봤다. 2019년 ‘진정령’은 90억회 조회를 기록할 정도였다. 올해 ‘산하령’ 역시 큰 인기를 누렸고, 현재 방송이 예정됐거나 제작 중인 브로맨스 드라마도 60편에 이른다. 

중국 당국의 칼질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달 초 중국 공산당 직속 매체 광명일보가 브로맨드 드라마가 유행을 넘어 홍수 수준이며, 시청자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기사가 나간 직후 배우 뤄원씨(라운희, 33)와 첸페이유(진비우, 21)가 주연한 ‘호의행’은 물론 그의 다른 출연작까지 줄줄이 대기상태가 됐다. 때문에 현지 방송가에서는 올해 초 방송한 ‘산하령’이 사실상 마지막 브로맨스 드라마가 되리라는 예측이 나온다.

중국은 광전총국을 중심으로 최근 방송 및 영화에 대한 대대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 사극이 범람한다며 내린 ‘한고령’과 드라마의 회차를 40회 이내로 확 줄이는 ‘한장령’이 대표적이다. 현지 방송가에선 이런 조치가 창작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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