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 개미의 침입으로 아프리카 사자의 얼룩말 사냥이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연계의 놀라운 나비효과는 케냐의 광활한 사바나 지대에서 벌어졌다.

미국 와이오밍대학교 연구팀은 큰머리혹개미(Pheidole megacephala)가 야기한 케냐 사바나의 생태계 변화를 담은 장기간의 추적·관찰 보고서를 25일 발표했다. 아프리카에 침입한 아주 작은 외래종 개미로 인한 맹수의 사냥 스타일 변화는 이전에 확인된 적이 없었다.

연구팀은 얼룩말을 주로 사냥해온 케냐 사바나의 사자가 훨씬 억센 버펄로(아프리카물소)를 노리는 데 의문을 품었다. 얼룩말은 맹수가 접근하면 사력을 다해 저항하고, 이따금 포식자에 치명타를 입히지만 물소에 비해서는 사냥이 쉬운 편이다.

원인 분석에 나선 연구팀은 사자의 생태 변화의 이면에 케냐 사바나의 토종 및 외래종 개미, 나무, 코끼리 등 다양한 것들이 관련된 사실을 알아냈다.

얼룩말 무리를 몰며 지친 개체를 노리는 암사자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20세기 말 들어 마다가스카르에서 동쪽으로 약 900㎞ 떨어진 모리셔스에 서식하던 큰머리혹개미가 케냐 올페제타 보호구역에 침입했다”며 “이 외래종 개미는 그곳에서 자라는 휘파람가시나무가 마음에 들었는지 빠르게 정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큰머리혹개미의 이주로 토종 꼬리치레개미(Crematogaster)의 터전이 점점 좁아졌다”며 “원래 꼬리치레개미는 휘파람가시나무로부터 꿀과 은신처를 얻는 대신 나무를 노리는 동물을 물고 포름산을 방출해 퇴치하는 상부상조 관계였다”고 전했다.

연구팀 확인 결과 꼬리치레개미는 결국 케냐 사바나에서 쫓겨났다. 작고 귀찮은 훼방꾼이 사라지자 거대한 아프리카코끼리들이 휘파람가시나무에 몰려들어 뜯어먹었다. 코끼리들은 스스럼없이 나무를 먹어치웠고, 그 속도는 꼬리치레개미가 지켜줄 때의 5~7배에 달했다.

케냐 올페제타 보호구역의 야생 사자가 얼룩말 대신 버펄로를 사냥하게 된 이유는 2000년 대 초 유입된 외래종 개미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잎이 무성한 휘파람가시나무가 없어지자 이번엔 사냥 시 몸을 은밀하게 숨겨야 하는 사자들이 곤란해졌다”며 “철저하게 몸을 감추고 사냥감에 최대한 접근하는 사자로서는 발이 빠른 얼룩말은 그림의 떡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결국 사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상대적으로 발이 느린 버펄로로 눈을 돌렸다. 이 영향으로 2003~2020년 사자에 잡혀 희생된 얼룩말은 67%에서 42%로 감소했고, 버펄로 사냥은 0%에서 42%로 급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작은 외래종 개미가 일으킨 생태계 변화로 얼룩말을 개체가 꾸준히 늘었다. 반대로 날벼락을 맞은 버펄로는 계속 감소세다. 올페제타 보호구역 내에 서식하는 사자의 개체 수는 거의 변화가 없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대자연의 생물들은 인간이 알지 못하는 수많은 관계를 맺고 있다.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얼룩말과 버펄로는 사자 입장에서 엄연히 체급이 다른 상대”라며 “사자가 아무리 백수의 왕이라지만 버펄로는 만만찮은 사냥감으로, 발에 채면 뼈가 부러질 수 있고 뿔에 정통으로 받히면 죽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큰머리혹개미가 일으킨 변화는 커다란 양탄자 한쪽에 삐져나온 실 한 가닥을 당겨 전체가 반응한 꼴”이라며 “생물은 복잡한 관계로 연결되므로 아주 작은 계기로 커다란 변화를 맞곤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 역시 이번 연구가 야생 생태계는 인간의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며,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생물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다양한 형태로 연결돼 있음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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