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겪은 최악의 지진 기록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오래전 칠레 연안에서 리히터 규모 9.5 이상의 강진이 벌어졌다는 증거가 일부 발견됐기 때문이다.

영국 사우샘프턴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된 논문에서 약 3800년 전 칠레 북부에서 리히터 규모 9.5의 엄청난 지진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당시 지진이 칠레 해저에 위치한 1000㎞ 길이의 초거대 지각판이 뒤틀리면서 일어났다고 추측했다. 지금까지 칠레 북부 해저에는 이 정도 지각판이 없다고 여겨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진의 영향으로 높이 약 20m의 쓰나미가 뉴질랜드까지 덮쳤고 내륙 수 ㎞까지 영향을 미쳤다. 지진의 직접적 영향을 받은 지역은 약 1000년간 사람이 살지 못했다.

지진의 역사를 새로 쓸지 모를 주장의 근거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 내륙 깊숙한 곳에서 발견된 흔적들이다.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지진파에 의해 밀려난 해저 생물의 화석 등이 광활한 사막 안쪽에서 포착됐다.

지진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거대 쓰나미 상상도 <사진=pixabay>

연구팀 관계자는 “대개 한 지각판이 다른 판 아래로 가라앉으면 이를 움직이던 에너지가 그대로 축적된다”며 “판끼리 접촉하는 부분이 이 힘을 견딜 수 없게 되면 거대한 균열이 생겨 지진파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랜 옛날 이렇게 방출된 에너지는 연안부의 조약돌이나 모래 등 퇴적물과 바닷속 암석, 조개껍질, 생물 등을 내륙까지 몰고 갔을 것”이라며 “이런 흔적들이 바다와 전혀 무관한 아타카마 사막에서 여럿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런 퇴적물과 생물 화석들이 내륙으로 밀려가기 전까지 바다에서 조용하게 존재했던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사막의 꽤 높은 지대 또는 깊숙한 곳에서 발견된 흔적들은 단순한 폭풍우에 의해 운반된 것이 아니라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특히 방사성 탄소 연대 결정법(측정법) 관찰 결과 일부 흔적에서 탄소 14가 검출된 것이 결정적 증거로 꼽혔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는 지구 어디에나 있으며 퇴적물이 형성될 때 흡수된다”며 “방사성 동위원소의 반감기는 5730년이므로, 붕괴하지 않은 탄소 14의 양을 조사함으로써 과거 5만년의 역사를 추측할 수 있다”고 전했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 <사진=pixabay>

연구팀은 칠레 북부 연안 600㎞ 범위에서 수집한 표본을 분석한 결과 내륙에서 발견된 연안부 흔적들이 3800년 전 바다로부터 밀려 들어온 것으로 파악했다.

지금까지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은 1960년 칠레 중부 도시 발디비아 근해에서 일어난 칠레대지진이다. 리히터 규모는 무려 9.4로 최소 6000명이 목숨을 잃었고 태평양 전역에 쓰나미가 퍼졌다. 발단이 된 단층 길이는 800㎞ 이상이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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