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개는 여러 세대 동안 서로의 눈을 응시해왔다. 이는 수천 년 동안 인간과 함께 살아온 반려견들이 의사소통을 위해 습득한 기술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부 반려견은 선천적인 이유로 다른 종보다 훨씬 눈 맞춤을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헝가리 외트뵈시로란드대학교 생태학자 소피아 보냐르 교수 등 연구진은 반려견이 인간과 더 많이 눈을 마주치게 만드는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반려견 125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처음 보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면 약간의 소시지를 주는 등 눈 맞춤을 유도한 결과 실험이 진행됨에 따라 반려견이 눈을 마주치는 속도는 빨라졌다. 그리고 몇 가지 요인에 따라 눈 접촉 속도와 양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연구진은 발견했다.

그중 가장 큰 요인은 '두지수(cephalic index)'라고 불리는 반려견의 머리 길이와 머리 너비의 비율이었다. 즉 머리가 짧고 목이 두꺼운 반려견은 가늘고 긴 머리를 가진 반려견보다 정면을 더 잘 볼 수 있다.

두지수에 따른 반려견 구분 <사진=사이언티픽 리포트>

이런 종을 단두형, 즉 머리가 짧은 개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잉글리시 불도그나 퍼그, 페키니즈, 보스턴 테리어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눈이 옆쪽으로 붙은 개에 비해 중앙 영역의 시각적 자극에 더 잘 반응할 수 있고, 따라서 다른 개보다 사람을 응시하기가 더 쉽다.

또 단두형의 반려견은 '아기 도식 효과(baby schema effect)'라는 강점이 있다. 이는 큰 머리와 둥근 얼굴, 큰 눈 등 '아기처럼 귀엽다'고 느끼게 하는 얼굴의 특징을 말한다. 이는 인간의 시선을 끄는 강력한 신호로, 이 때문에 다른 반려견들보다 주인에게 더 많은 눈 맞춤을 받게 됐고 결과적으로 상호 시선 교환에 잘 적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이외에도 개의 혈통과 나이, 사회성 등도 주요한 이유로 꼽았다. 믹스견은 다른 반려견보다, 어린 반려견은 나이 든 반려견보다 더 빨리 눈을 마주쳤다. 장난기가 많은 반려견도 마찬가지였다.

<사진=pixabay>

보냐르 교수는 "반려견과 주인의 눈 맞춤은 유대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눈 맞춤 동안 반려견과 주인 모두에게서 옥시토신 수치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옥시토신은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연인 사이에서 애정이 증가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 해소와 사회성을 높여주는 등 신체적 정신적으로 도움이 된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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