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도 거울에 비친 자신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실험을 통해 재확인됐다.

일본 오사카시립대학교 코우다 마사노리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최근 국제 학술지 ‘PLOS Biology’에 게재했다.

뇌과학 등에서는 동물이 거울 속 자신을 인지하는 것을 ‘거울 자아 인식(mirror self-recognition)’이라고 칭한다. 그간 다양한 연구에서 인간을 비롯해 침팬지, 오랑우탄, 돌고래, 까마귀, 까치, 돼지 등 일부 동물만 거울 자아 인식이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코우다 마사노리 교수는 2018년 청줄청소놀래기(Labroides dimidiatus)를 동원한 마크 테스트에서 거울 자아 인식 능력이 확인됐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마크 테스트란 동물의 몸에 색지를 붙이거나 잉크 등을 칠하고 거울에 비춰 반응을 살피는 실험이다. 물고기의 경우 수중에서 잉크가 지워지므로 피부 얕은 부위에 주입한다.

바다의 청소부로 불리는 청줄청소놀래기(작은 개체) <사진=Jon Slayer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Blue-streak Cleaner Wrasse' 캡처>

당시 교수는 청줄청소놀래기 4마리의 목 부분에 기생충처럼 보이는 갈색 잉크를 주사했다. 이를 거울에 비추자 모두 갈색 점을 기생충으로 인식, 수조 바닥에 문질러 떼어내려 했다. 이를 확인한 교수는 청줄청소놀래기가 거울 자아 인식 능력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다만 학계는 그의 실험을 인정하지 않았다. 청줄청소놀래기의 몸에 잉크를 넣는 마크 테스트가 적정한 기준과 조건에서 이뤄졌는지 의문을 표하는 학자도 적잖았다. 잉크가 가려움이나 통증을 유발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코우다 마사노리 교수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추가 실험을 기획했다. 우선 관찰 대상이 적다는 비판을 수용, 이번에는 청줄청소놀래기 18마리를 동원해 다음 마크 테스트를 차례로 진행했다. 

①어떤 마크도 하지 않고 거울을 비춤 ⇨ 모두 무반응
②기생충으로 보이지 않는 청색 잉크로 마크하고 거울을 비춤 ⇨ 모두 무반응
③기생충처럼 보이는 갈색 잉크로 마크하고 거울을 비추지 않음 ⇨ 모두 무반응
④기생충처럼 보이는 갈색 잉크로 마크하고 거울을 비춤 ⇨ 18마리 중 17마리 반응(94%)

청줄청소놀래기 18마리를 동원한 최신 실험 개요 <사진=오사카시립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코우다 마사노리 교수는 “이로써 청줄청소놀래기는 잉크로 인해 통증이나 가려움 등 자극을 느껴서가 아니라 거울에 비친 마크를 기생충으로 인식하고 떼내려 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최대 크기가 10㎝ 정도인 청줄청소놀래기는 다른 물고기의 몸에 붙은 기생충을 먹어 ‘바다의 청소부’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특히 몸집이 작은 물고기 중 이례적으로 지능이 높은 종으로 알려져 있다. 거울 테스트를 통과한 것은 물론, 기억력이 거의 1년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교수는 “거울을 통한 자기인지 테스트는 가능 또는 불가능을 따질 게 아니라 정도의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며 “완전히 제로 상태였다가 일부 동물에게 돌연 자의식이 생긴다는 것은 진화론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실험은 자기인지 같은 고도의 능력이 영장류나 고래 등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다”며 “가장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인간이 사실 지적인 동물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모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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