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은하핵에 자리한 초대질량 블랙홀이 별들의 탄생을 방해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초대질량 블랙홀이 자신이 속한 은하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주장에 학계 관심이 쏠렸다.
일본 국립천문대(NAOJ)는 1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NAOJ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허블우주망원경과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알마(ALMA) 전파망원경군의 고래자리 A은하(M77, NGC 1068) 관측 정보를 통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NAOJ가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활동 은하핵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M77의 중심부를 알마 망원경으로 관측했다. M77은 지구에서 약 4500만 광년 떨어진 막대나선은하로 활동 은하핵의 상태 관찰에 용이하다.
NAOJ 관계자는 "M77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이 뿜는 제트가 형성하는 가스의 흐름(분출류 또는 아웃플로우)을 알마 망원경을 이용한 관측 활동에서 포착했다"며 "은하의 중심 부근에서 제트의 격렬한 작용에 의해 별의 재료가 되는 가스 분자가 파괴되는 사실도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초대질량 블랙홀 자체가 은하에서 새로운 별의 탄생을 막는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블랙홀의 활동이 주변의 성간 물질, 특히 가스의 분포와 조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자세히 알아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은하의 중심에 자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들은 주위에서 흡입한 가스 분자를 방대한 에너지로 방사한다. 1780년 처음 관측된 M77은 이런 형태의 활동 은하핵을 대표한다. 학자들은 M77 같은 활동 은하핵이 광활한 우주에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본다.
NAOJ 관계자는 "활동 은하핵의 경우 중심부가 고농도 가스나 먼지에 가린 경우가 많아 가시광선이나 적외선으로 관측하기 어렵다"며 "전파를 통한 관측도 지금까지는 해상도가 떨어져 가스 분자의 분포나 은하핵 중심 부근의 구조는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높은 해상도를 가진 알마 망원경은 활동 은하핵을 둘러싼 작은 원반과 그 바깥쪽에 폭발적으로 별이 만들어지는 링 모양의 가스 구름까지 명확히 담아냈다"며 "특히 활동 은하핵을 둘러싼 원반은 그 내부 구조까지 보였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를 통해 원반과 링 모양의 가스 구름 사이의 분자 조성이 다르다는 것도 알아냈다. 원반 주변에서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야기하는 충격파에 의해 가스가 달궈지는데, M77 중심부의 왼쪽 상단 및 오른쪽 하단 방향으로 늘어나는 구조를 알 수 있다. 이것이 이전 연구에서 밝혀진 초대질량 블랙홀의 쌍극 분출류 방향과 일치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NAOJ 관계자는 "제트나 분출류가 주위 가스와 충돌하며 만들어진 충격파는 분자의 조성에 영향을 미친다"며 "분출류에서는 일반 은하에서 흔히 나타나는 기본 분자는 파괴된 반면 특수 분자가 증가한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계는 은하의 중심에 자리한 초대질량 블랙홀이 그 모태가 되는 은하에서 새로운 별의 탄생을 막는다는 이번 연구 결과에 주목했다. 초대질량 블랙홀이 은하의 성장을 방해할 가능성을 주변 화학 조성을 통해 알아낸 첫 연구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학계는 평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