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호주에서 발굴된 익룡 화석의 연대가 1억700만 년 전으로 확인됐다. 호주에서 나온 익룡 화석 중에서는 가장 오래됐다.

커틴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30일 공식 채널을 통해 1980년대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인근 고생물 유적 '공룡 만(Dinosaur Cove)'에서 나온 익룡 두 마리의 화석이 1억700만 년 전 백악기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기에는 호주가 지금보다 훨씬 남쪽에 자리했다. 빅토리아주는 남극권에 들어 겨울이 되면 몇 주에서 몇 달 사이 엄청난 추위가 계속되는 극한의 지대였다고 학자들은 여겨왔다.

1980년대 호주 빅토리아 공룡 유적에서 발견된 익룡 화석 2개(노란색 및 녹색)의 추정 크기. 퀸즐랜드 주에서 발견된 페로드라코 익룡에 비해 몸집이 작다. <사진=커틴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런 점에서 이번 익룡 화석의 연대 확인은 특별하다. 조사 관계자는 "익룡 화석은 대체로 고위도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가치가 있다"며 "혹독한 추위가 몰아쳤던 공룡 만에 익룡 사체가 있었다는 것은 이들이 지역을 옮겨 다니며 살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가설이지만, 백악기 호주 지역의 익룡들은 기온의 변화에 따라 철새처럼 서식지를 바꿨다고 볼 수 있다"며 "화석으로 남은 익룡의 종까지 확실하게 알아낸다면 백악기 공룡의 생태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두 화석 중 하나는 아직 어린 개체다. 모두 어떤 익룡인지 특정하지 못했지만 성체는 날개를 펼치면 2m는 족히 넘었고, 어린 개체는 1m가량일 것으로 보인다.

백악기 호주에 서식한 익룡의 상상도 <사진=커틴대학교 공식 홈페이지·Peter Trusler>

연구팀 주장대로 북극이나 남극에 가까워지는 고위도에서 익룡 화석이 발견된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남극에서 발견된 익룡 화석은 지금껏 3개뿐이고, 북반구 고위도에서는 익룡으로 보이는 발자국만 보고됐다. 호주의 경우 지금까지 익룡 화석 대부분이 퀸즐랜드주 중서부에서 나왔다.

연구팀은 익룡이 여름 동안 남하하고 추운 겨울이 되면 북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익룡의 화석이 고위도에서 더 발견된다면, 정밀 분석을 통해 고대 지구에서 이 동물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다고 연구팀은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