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물이 든 유리구슬(glass beads)이 널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소 황당하게 들리는 주장은 중국에서 제기됐는데,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관련 논문이 소개되면서 관심이 쏠렸다.
중국과학원 등 국제 연구팀은 28일 공식 발표한 논문에서 달의 표면에 물이 가득한 작은 유리구슬이 수없이 흩어져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구슬의 물 총량이 어지간한 대형 호수 몇 배에 달하는 약 2700억t으로 추측했다.
연구팀은 중국 달 탐사선 창어 5호가 달에서 가져온 토양 샘플을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2020년 11월 발사된 창어 5호는 그해 12월 달 토양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귀환했다.
연구팀의 주장대로라면 유리구슬에서 물을 얻는 것은 어렵지 않으며, 이를 활용하면 향후 이뤄질 달 탐사가 훨씬 원활해질 가능성이 있다. 달에 물이 있다면 현지 토양을 이용한 콘크리트 제작이 가능하고, 사람도 음용 가능할 경우 식수 문제도 말끔히 해결된다.
달에 물이나 얼음이 존재한다는 가설은 전부터 제기됐다. 달의 북극이나 남극의 크레이터에는 태양빛이 거의 닿지 않는 영구 음영 지대가 광활하게 분포한다. 해당 지역은 영하 240℃로, 얼음이 수억 년째 보존된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유리구슬의 존재를 놓고는 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달에는 원래 물이나 얼음이 존재한다는 학자들마저 물이 담긴 유리구슬이 대량으로 퍼져 있다는 게 소설 같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달의 남극을 가로지르는 산맥에 80만 년 전 운석 충돌로 인한 유리구슬이 풍부하다는 입장이다. 달 표면에 이런 유리구슬이 수없이 깔려 있으며, 그 물의 양은 줄잡아 2700억t에 달한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조사 관계자는 "창어 5가 회수한 달 토양 샘플은 1.7㎏으로 다양한 물질을 포함하고 있었다"며 "그간의 탐사에서 달 뒷면에 수수께끼의 반투명 유리구슬이 특정된 바 있는데, 마침 창어 5호가 가져온 귀중한 샘플에 그 구슬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달에 유리구슬을 가공할 설비 따위가 있을 리 만무하다"며 "이는 달에 소행성이 충돌했을 때 천체 내부에서 분출한 녹은 암석들로 인해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유리구슬 1g 당 수분 함량은 약 0.002g이다. 전체적인 물의 양은 어지간한 규모를 자랑하는 호수 10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달의 물이 태양으로부터 유래했을 가능성도 떠올랐다는 사실이다. 조사 관계자는 "유리구슬의 물에 포함된 동위체를 조사한 결과 아마도 태양풍을 타고 온 것으로 보인다"며 "태양에서 불어온 수소가 달 암석에 포함된 산소와 결합해 물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