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 인류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기 전의 고대인이 나무를 가공해 건축물을 지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영국 리버풀대학교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20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약 47만6000년 전 통나무를 소개했다. 가공된 이 통나무는 고대인이 만든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의 일부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 통나무는 아프리카 남부 잠비아의 칼람보 강바닥에 잠들어 있었다. 칼집을 넣은 통나무는 모두 5개로 초기 인간속 그룹이 목재를 능숙하게 가공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칼람보 강과 폭포는 고대인이 사용한 석기와 목공품이 발견돼 이전부터 고고학·인류학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여기서 나온 유물들은 수십만 년에 걸친 인류의 진화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줬다.

약 47만6000년 전 만들어진 통나무 자재. 인류의 조상이 출현하기 전 고대인이 목조건물을 만든 흔적으로 여겨진다. <사진=리버풀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목조건물의 일부로 보이는 통나무 조각은 원래 1950년대 칼람보 폭포 상류의 바닥에서 건졌다. 최근 기술을 동원해 연대 측정에 나선 연구팀은 통나무가 대략 47만6000년 전 가공됐다는 점을 알아냈다.

조사 관계자는 "칼람보 강 유적에 사람이 정착하기 시작한 시기는 점차 발달하는 연대 측정법에 따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중"이라며 "통나무는 빙하기로 잘 알려진 중기 갱신세(78만1000~12만6000년 전) 인간의 삶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원래 통나무는 강바닥에서 석기와 함께 발견된 2개와 강의 수위보다 높은 점토층 안에서 나온 3개로 구성된다"며 "이들 나무들은 놀랍게도 수십만 년 동안 원형을 보존했다"고 덧붙였다.

칼집을 넣은 통나무를 겹쳐 구조물을 만든 흔적 <사진=리버풀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에 따르면 칼람보 폭포에서 출토된 통나무는 유럽이나 중국에서 발견된 약 40만 년 전 수렵채집 도구와 매우 흡사하다. 다만 목조건물을 구성할 정도의 가공된 통나무가 여럿 발견된 사례는 아프리카나 유라시아의 다른 유적의 경우 없다.

조사 관계자는 "석기와 출토된 통나무는 길이 141.3㎝로, 여기에 작은 통나무 조각이 75° 각도로 부착돼 있었다"며 "위아래 통나무의 아귀가 딱 맞도록 깎아내고 칼집을 낸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도 목조건물은 홍수를 막기 위한 건축물의 기초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홍수로 물바다를 경험한 고대인들은 이를 막기 위해 지성을 발휘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석조건물 중심으로 이뤄지는 고고학 연구는 뭔가 놓치는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사진=pixabay>

학계는 운 좋게 원형을 유지한 목재가 발견된 덕에 중기 갱신세 인류의 지성은 물론 삶의 양상을 새로 해석할 여지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중기 갱신세 칼람보 폭포 주변에 정착한 인류 조상들은 나무를 가공하는 기술이 없다고 여겨졌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 발견은 약 47만 년 전 살았던 인류 조상이 생각보다 영리했고 창의력과 기술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석재와 달리 대부분 풍화되거나 썩어 없어지는 나무 유물이 더 발견되면 인류 조상의 문화나 생활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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