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키우면서 규칙적으로 산책하는 노인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40%나 낮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도쿄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팀은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센터가 규정한 노인은 65세 이상 고령자이며, 이번 조사에는 노인 약 1만2000명이 참가했다.
연구팀은 반려동물이 인간과 교감 가능하고 스트레스 경감 등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건강이나 수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봤다. 반려동물과 노인성 치매의 연관성을 구체적으로 밝힌 연구는 장수 국가 일본에서도 처음이다.
조사에는 도쿄 내 특별구 중 가장 면적이 큰 오타구 거주 노인 1만1194명이 참여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74.2세이며, 여성의 비율은 51.5%였다. 사용된 데이터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치로, 조사 시점에서 개를 키우는 사람은 959명(8.6%), 고양이를 기르는 이는 704명(6.3%)으로 집계됐다.
4년의 추적 관찰 기간 치매가 발병한 사람은 전체의 5%였다. 연구팀은 이중 개나 고양이와 지내거나 과거에 기른 사람, 반려동물과 함께 한 적이 없는 사람의 치매 발병 확률을 각각 알아봤다.
조사 관계자는 "개를 키우지 않거나 산책 등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의 오즈비(odds ratio, 여기서는 오즈비 1보다 작을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음)를 1로 잡을 경우, 개를 기르고 정기적으로 산책하는 사람이 치매에 걸릴 오즈비는 0.37이었다"며 "개를 키우더라도 운동을 하지 않을 경우의 오즈비는 0.89로 확 올라갔다"고 전했다.
이어 "개나 고양이를 현재 기르지 않는 노인의 오즈비를 1로 잡은 경우, 개를 기르는 사람은 0.6,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0.98이었다"며 "개를 기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40% 낮은 한편, 산책이 필요 없는 고양이는 거의 변함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고혈압 등 고령자 특유의 질환을 가진 사람의 경우 개나 고양이를 기르던 그렇지 않던 치매 발병 확률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개를 키우는 사람 중 운동 습관의 유무 및 사회적 고립 여부의 관계도 조사됐다. 개를 키우지 않고 운동 습관이 없는 노인이 치매에 걸릴 오즈비를 1로 했을 때, 개를 기르고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의 오즈비는 0.37이었다. 개를 기르고 사회적 고립이 없는 사람은 0.41로 역시 치매 발병 위험이 낮았다.
조사 관계자는 "개를 기르는 것 자체가 노인성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추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이번 연구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서도 "노인이 개와 산책함으로써 운동이나 사회적 교류의 기회가 늘고, 결과적으로 치매에 걸릴 위험을 줄여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