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조차 닿지 힘든 지구 성층권은 상당히 적막할 것이라는 학자들의 상상이 깨졌다. 관측 장비에 수수께끼의 소음이 녹음됐기 때문이다.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 연구팀은 16일 발표한 관측 성과에서 지구 성층권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저주파음이 반복적으로 울려 퍼진다고 전했다.

성층권은 지상 약 10㎞부터 50㎞까지다. 미생물 외의 생명체가 살지 않아 고요한 곳으로 통한다. 1970년대 루펠독수리가 고도 약 11㎞ 이상으로 날던 비행기와 충돌한 사실이 있지만, 성층권은 기본적으로 새들이 진입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연구팀은 폭풍이나 난기류가 없고 민간 항공기의 순항 고도도 훌쩍 넘는 성층권에서 지구 지형과 기상 상황을 관측했다. 이 과정에서 기구에 장착된 고감도 센서에 뜻밖의 저주파음이 녹음된 사실을 알아냈다.

샌디아국립연구소가 성층권 탐사를 위해 날린 기구 <사진=샌디아국립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이 직접 제작한 기구는 6~7m 크기이며 일반적인 비닐 소재를 사용했다. 안쪽에 숯 가루를 촘촘하게 발라 태양열을 흡수한 기구 내부가 따뜻한 공기로 채워져 부력을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조사 관계자는 "수수께끼의 소음은 기구에 얹은 초고감도 기압계가 포착했다"며 "원래 이 센서는 화산 활동을 관찰하기 위해 탑재했는데, 기압의 미묘한 변화뿐 아니라 소리까지 잡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기구는 약 21.5㎞까지, 그러니까 성층권 중간 지점까지 무리 없이 상승했다"며 "센서가 잡아낸 소리들은 아마 기구가 20㎞를 돌파한 지점에서 녹음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녹음된 소리는 20헤르츠(Hz) 이하의 불가청음, 즉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분석 결과 이 소리는 1시간에 몇 차례 센서에 잡혔다. 소리의 발생원은 현재 딱히 짚이는 부분이 없어 분석이 끝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구 상공 10~50㎞ 영역인 성층권은 새가 닿지 못하며 과거 콩코드를 제외하면 민간 비행기도 날지 않는 미지의 영역이다. <사진=pixabay>

20Hz 이하의 불가청음에 대한 연구는 학계에서 꽤 활발하다. 전문 용어로는 '초저주파 불가청음(인프라사운드, infrasound)'이라고 한다. 진동수가 20Hz를 밑돌기 때문에 사람은 못 들으며, 일부 동물이 감지한다.

사실 인프라사운드는 사람이 자각하지 못할 뿐, 우리 몸 자체는 이를 무의식적으로 느낄 수 있다. 지하철이 눈앞을 빠르게 통과하거나 갑자기 강한 바람이 훅 불면서 드는 '붕~' 하는 느낌이 바로 인프라사운드다. 이 소리는 한때 귀신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연구팀은 태양의 열을 활용하는 기구 관측이 비용도 저렴하고 관측 성과도 좋아 향후 더 활성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금성의 화산 탐사에 기구를 이용하자는 학자도 있다. 현재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는 기구로 금성 지진과 화산 활동을 관측하는 모의실험이 진행 중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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