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심우주 관측 장비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천문학 사상 두 번째로 먼 천체를 발견했을지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임스웹이 초고해상도 천체 사진을 공식 발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학설에 천문학계는 흥분했다.

미국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로한 나이두 연구원은 제임스웹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관측 사상 지구에서 두 번째로 멀리 떨어진 천체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연구원의 주장은 조만간 논문으로 발표될 예정이었다. 이를 정리한 초고에 이미 많은 학자들이 흥미를 보이면서 관련 소식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그 결과 로한 나이두의 가설은 제임스웹을 운용하는 미 항공우주국(NASA)와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까지 주목하게 됐다.

제임스웹은 30년 넘게 현역으로 활동 중인 허블우주망원경을 이을 목적으로 1996년부터 제작됐다. 무려 25년의 세월과 수많은 연구인력, 13조원이 넘는 개발비가 투입된 어마어마한 결과물이다. 지난 11~13일 제임스웹이 풀 스펙을 활용한 초고해상도 천체 이미지를 연달아 공개하면서 우주에 대한 대중의 관심까지 고조됐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압도적 성능을 상징하는 주경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주된 관측에 가시광선을 이용하는 허블우주망원경과 달리 제임스웹은 적외선 관측 장비를 활용한다. 이유는 아주 먼 우주 곳곳을 촬영하기 위해서다. 멀리 떨어진 천체의 빛은 적색 편이를 보이는데, 이는 극단적으로 먼 우주 관측에 있어 중대한 문제가 된다.

갓 탄생한 우주에 존재하는 천체는 강한 빛을 발하므로 주위의 가스를 가열한다. 가스는 자외선을 튕겨버리는데, 우리가 이를 보면 적색 편이에 의해 적외선이 될 때까지 시간이 지연되고 만다.

허블우주망원경도 적외선 관측은 가능하지만 주요 장비는 아니다. 멀리 떨어진 천체의 빛 자체가 매우 약하다는 본질적 어려움도 있다. 지름 6.5m의 거대한 주경을 갖춘 데다 적외선 관측에 특화된 제임스웹은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천체의 적외선 파장을 포착하는 데 특화됐다.

제임스웹의 성능을 익히 아는 로한 연구원도 막상 촬영한 결과물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얼마 전 제임스웹이 공개한 초고해상도 천체 이미지와 데이터를 분석한 그는 사진 속에 알려지지 않은 천체 두 개가 희미하게 찍힌 것을 발견했다.

적색편이의 이해를 돕는 그림. 아득히 먼 천체는 우주의 팽창과 함께 멀어지기 때문에 빛의 파장이 지연되는 도플러 효과가 발생한다. 색은 빨간색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이를 적색편이라고 부른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로한 연구원은 “사진들은 제임스웹의 근적외선 카메라 NIRCam(파장 2~5㎛)에 의해 촬영됐다”며 “이들 천체는 각각 적색편이 값을 따 ‘GL-z13(GLASS-z13)’과 ‘GL-z11(GLASS-z11)’로 명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GL-z13’은 333.1억 광년 저편에 존재하는 134.8억 년 전의 천체, ‘GL-z11’은 320.9억 광년 저쪽에 있는 133.8억 년 전의 천체”라며 “이는 모두 우주가 탄생한 것으로 여겨지는 135억 년 전에 근접한 시기 존재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우주 먼 곳에 존재하는 천체는 시간대와 거리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GL-z13’은 134.8억 년 전의 은하이지만 지구까지 현재 거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주는 팽창해 퍼져 있기 때문에 먼 곳의 천체일수록 거리 지연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를 보정한 숫자가 333.1억 광년이다. 이와 같이 우주의 팽창에 의한 지연을 고려한 거리를 고유거리라고 한다.

천체가 빛을 발하고 나서 우리가 관측하기까지 진행된 거리는 광행거리라고 칭한다. ‘GL-z13’까지의 거리를 광행거리로 나타내면 134.8억 광년이 된다. 일반이 보다 쉽게 이해하기 때문에 광행거리가 주로 활용되는데, 실제 따져보면 천체 사이의 거리는 고유거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위쪽 사진이 'GL-z11', 아래쪽 사진이 'GL-z13'다. 왼쪽부터 원래의 이미지, 모델, 잔차(residual)를 각각 나타낸다. <사진=로한 나이두>

로한 연구원은 “‘GL-z11’은 300억 광년 이상 거리에 있는 직경 약 2000광년(0.7kpc)의 원반은하와 흡사한 외형과 크기를 가졌다”며 “반면 ‘GL-z13’은 이보다 작다. 추정 직경은 1600광년(0.5kpc)”이라고 설명했다.

천문학계에 기록된 먼 천체들 중 유명한 것은 2016년 발견된 은하 ‘GN-z11’이다. 당초 천체로 여겨졌다가 분광 관측에 의해 불규칙 은하임이 드러났다. 그 거리는 326.8억 광년으로 133.9억 년 전의 우주에 존재한다.

은하로 추정되지만 존재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천체 ‘HD1’과 ‘HD2’는 올해 4월 논문을 통해 소개됐다. ‘HD1’은 ‘GL-z13’이 발견된 현재까지도 가장 먼 천체다. ‘HD1’은 334억 광년 저쪽에 있는 134.8억 년 전의 우주에 존재하는 천체다. ‘HD2’는 329억 광년 저쪽에 있는 134.5억 년 전의 천체로 확인됐다.

제임스웹의 초고해상도 사진을 분석한 결과 발견된 GL-z11 및 GL-z13. GL-z13은 HD1에 이어 두 번째로 먼 천체다. <사진=로한 나이두>

지난 2011~2012년 발견된 ‘UDFj-39546284’와 ‘UDF12-3954-6284’도 꽤 알려졌다. 다만 이 두 천체는 거리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가 아직 불확실해 머나먼 천체 그룹에 들지는 못했다.

이번 논문 초고는 제임스웹의 초고해상도 이미지 공개로부터 불과 1주일 뒤 작성됐다. 이 과정에서 관측 사상 지구에서 두 번째로 먼 천체 ‘GL-z13’이 특정되면서 앞으로 제임스웹이 파헤칠 심우주의 신비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조차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로한 연구원은 “제임스웹 운용은 이제 막 시작됐고, 아직 관측되지 않은 영역은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지극히 먼 천체를 찾아낸 이번 성과는 앞으로의 관측을 한층 기대하게 한다”고 반겼다.

연구원은 “‘HD1’은 스바루망원경과 스피처우주망원경 등 복수의 관측 장비 데이터를 천문학자들이 무려 1200시간가량 분석한 것”이라며 “이에 비해 ‘GL-z13’은 제임스웹이 단독 관측한 자료를 불과 몇 시간 해석한 결과물”이라고 차이를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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