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일본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개봉 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많은 팬을 거느린 이 작품이 품은 비밀을 지브리 관계자가 직접 언급했다.

스튜디오 지브리 소속 애니메이션 감독인 요네바야시 히로마사(46)는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2002년 한국서 개봉한 '센과 치히로의 모험'에서 팬들이 궁금해했던 일부 설정에 대한 설명글을 게재했다.

요네바야시 감독의 트위터 글 <사진=트위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극 초반, 치히로의 부모가 정체불명의 음식을 먹어치우고 돼지로 변하는 장면이다. 개봉 당시에도 치히로의 아빠가 우걱우걱 입에 욱여넣는 주머니같은 물체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는데, 여기에 대해 요네바야시 감독은 "(콘티 상으로)실라칸스의 위장"이라고 털어놨다.

실라칸스는 지금으로부터 약 1억년 전인 중생대에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어류다. 몸길이 1.5m의 거대한 몸집을 자랑했고, 1938년 남아프리카 연안에서 실재로 잡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학자들에 따르면 실라칸스는 고대어지만 어떤 이유로 멸종을 면해 현재 마다가스카르섬 근해에 무리를 지어 생존하고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개봉 당시 치히로의 아빠가 먹어치운 음식 중 유독 이 실라칸스의 위장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지브리 팬들 사이에서는 '거대한 만두' '야들야들하게 익힌 채소' 등 다양한 설이 나왔다. 날개같은 것도 있어 닭 같은 조류의 고기라는 사람도 많았다. 다만 실라칸스의 위장을 맞힌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문제의 장면. 치히로의 아빠가 젓가락으로 집은 음식의 정체가 마침내 밝혀졌다. <사진=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스틸>

개봉 18년 만에 드러난 사실은 또 있다.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은 "주인공 치히로의 상대역인 하쿠는 용인데, '슉' 움직였다 '딱' 멈추기 때문에 원화가 적어서 좋았다"고 털어놨다. 영화 초반 귀신들의 온천에 뚝 떨어진 치히로에 대해서는 "움찔움찔 느릿느릿 움직이는 설정이라 원화가 많아 애를 먹었다"고 돌아봤다. 

지브리의 2010년작 '마루 밑 아리에티'의 총감독을 맡았던 요네바야시 히로마사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제작 당시 캐릭터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그는 "치히로나 하쿠의 움직임을 직접 동물에서 연상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며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작품이라 개인적으로도 무척 소중한 애니메이션"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2002년 국내개봉 후 2015년 재개봉 당시에도 인기를 끌었다. <사진=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스틸>

한편 스튜디오 지브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모든 팬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대표작 8편의 콘티 400장을 무료로 배포 중이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