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분기해 각자 진화한 꿀벌과 말벌이 똑같은 방법으로 벌집의 결함을 극복해 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고베대학교 연구팀은 1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1억7900만 년 전 분기한 꿀벌과 검은말벌, 점박이땅벌 등 말벌과가 벌집의 구조적 문제를 같은 수법으로 보정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화한 꿀벌과 말벌과의 벌집을 비교 관찰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같은 건축 기법을 알아챘다. 벌은 종과 관련 없이 육각형 방을 오밀조밀하게 이어 붙여 집을 만드는데, 여왕벌이나 일벌 등 계급에 따라 방 크기가 달라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

조사 관계자는 "꿀벌과 말벌과는 신분에 따라 방 크기가 모두 다르다"며 "일벌 애벌레가 자라는 방은 작고 여왕과 수컷 애벌레, 즉 새끼를 만드는 일을 담당하는 벌들은 큰 방에 머물기 때문에 크기가 다른 방을 어떻게든 정렬해야 한다"고 전했다.

꿀벌(왼쪽)과 검은말벌. 1억7900만 년 전 분기해 각각 진화했고 벌집 재료도 다르지만 같은 방법으로 방을 이어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pixabay>

곤충학자들에 따르면 벌집 구조상 개중에는 여왕벌의 방이 일벌보다 2.7배나 커지기도 한다. 육각형으로만 방을 효율적으로 나열하는 것은 벌들에게 상당한 난제일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꿀벌 및 말벌과 벌 10종의 집을 관찰하며 벌들이 어떻게 이 문제에 대처하는지 살펴봤다. 이 과정에서 놀랍게도 꿀벌과 검은말벌, 점박이땅벌이 동일한 해결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알아냈다.

조사 관계자는 "세 벌들이 고안한 해결책은 육각형 방 외에 오각형과 칠각형 등 불규칙한 형상의 방을 끼워 넣는 것"이라며 "벌집은 육각형 방의 일관적인 나열 같지만 일부 일벌의 방은 오각형, 여왕벌의 방은 칠각형으로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꿀벌과 검은말벌, 점박이땅벌의 집(왼쪽부터). 계급에 따라 방 크기가 달라 육각형 구조가 틀어지는 문제를 오각형 및 칠각형 방으로 해결했다. <사진=고베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 관계자는 "한 조상에게서 분기한 꿀벌 및 말벌과 벌은 집을 만드는 소재부터 전혀 다르다"며 "그럼에도 꿀벌과 말벌 모두 오각형 및 칠각형 방을 조합하거나 육각형의 크기를 조정하면서 벌집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꿀벌은 밀랍으로, 말벌과는 나무를 이용한 일종의 펄프로 집을 구성한다. 꿀벌은 작은 육각형 방을 수직으로 배열하고, 말벌과는 육각형 방을 수평으로 짠다.

연구팀은 벌의 종류에 따라 집의 재료나 구성 방법이 다르지만 모두 최소한의 재료로 튼튼한 집을 만들다 보니 똑같은 건축 방법을 고안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번 조사는 중앙집권적 통제가 없는 벌들이 어떻게든 벌집을 완성하기 위해 발휘한 지혜를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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