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이 뿔 등 신체 부위를 부각할 때 암컷은 뇌 용량을 키웠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몬태나대학교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야생 포유류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포유류의 수컷들이 짝짓기나 세력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뿔 등을 진화시킨 반면, 동종 암컷들은 뇌가 발달했다는 주장에 학계가 주목했다.

이번 조사를 이끈 몬태나대 박사과정 니콜 로페즈는 학자들이 보통 야생 포유류 연구 시 수컷에 집중하지만 특징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암컷은 은밀하게 무기를 만들어 왔다고 강조했다.

수컷이 거대한 뿔이나 송곳니를 진화시킬 동안 암컷은 뇌의 용량을 늘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그는 "생물학에서 암컷은 수컷에 비해 연구 대상이 안 되거나 간과되기 쉽다"며 "보츠와나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경에 걸쳐 있는 칼라가디 트랜스프론티어 공원의 스프링복 등 뿔이 달린 포유류 조사에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어 "전 세계 7개 박물관을 찾아 유제류 29종의 표본을 400마리 분량 넘게 분석했다"며 "수컷의 진화가 더 우람하고 아름다운 뿔을 키우는 쪽으로 진행될 때 암컷은 뇌를 키우는 데 자원을 쏟아부었다"고 덧붙였다.

7개 박물관을 돌며 29종의 유제류에서 413점의 표본 두개골, 뇌 용적, 무기의 크기를 측정했다.그 중에는 사슴과 카리브(순록), 엘크사슴(무스)부터 염소, 양, 영양까지 포함돼 있었다.

영역을 지키거나 짝짓기 대상을 찾는 데 있어 수컷의 뿔은 큰 역할을 한다. <사진=pixabay>

수년에 걸친 연구 결과 얻은 결론이지만 그 원인은 아직 불명확하다. 니콜 로페즈는 "아마 수컷은 외모에 투자하는 쪽이 생존에유리하고, 암컷 입장에서는 어떤 수컷이 생존에 유리한지 판단하기 위해 뇌를 키운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만 일부 학자는 암컷 유제류의 뇌 용량이 커졌다고 꼭 지능이 높아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 진화생물학 연구팀은 "보고서 내용이 맞는지 알아보려면 관련된 모든 종의 행동 데이터가 필요하며, 이러한 데이터를 입수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학계는 암컷 유제류가 뇌를 키운 것은 수컷의 거대한 뿔이나 송곳니 진화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간과된 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새끼를 잉태한 암컷은 자궁 안에서 건강한 후대를 키우기 위해 자신의 몸에서 칼슘과 인 등 영양소를 자궁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한 진화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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