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등 환경 변화로 인한 대재앙을 막으려면 인간은 물론 지구 전체의 의식과 지성을 결합해야 한다는 신선한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우주물리학자 애덤 프랭크 교수는 최근 국제 학술지 ‘우주생물학(International Journal of Astrobiology)’에 낸 논문에서 이 같은 논리를 펼쳤다.

교수는 생명체들의 집단적 활동이 지구를 변화시켜 왔다는 전제를 세웠다. 예컨대 식물은 광합성을 터득해 산소를 배출함으로써 생명의 번식과 진화를 이끌며 지구 전체의 기능을 바꿔놓았다.

애덤 프랭크 교수는 “개개의 생명체는 자신의 삶을 살 뿐이지만, 그 영향은 행성 전체에 미친다”며 “식물이나 동물들은 우리 지구에 여러 순기능을 가져온 반면, 인간은 대체로 해악을 끼쳐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 등 환경 재앙을 막으려면 행성지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이어 “생명체들의 집단적 활동이 지구 전체를 바꾼다면 인지의 집합적 활동, 그리고 그에 기초한 행동 또한 지구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생물권이 진화하면서 지구 자체가 생명을 갖게 되고 의식이 깃드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교수의 가설은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지구를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유기체(생명체)로 본 영국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Gaia theory)’에서 한 발 나아가 의식을 갖춘 행성으로 정의했기 때문이다.

전 지구적 규모로 영위되는 인지활동을 ‘행성지성’으로 특정한 애덤 프랭크 교수는 “기후변화 등 지구 전체가 당면한 환경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열쇠가 행성지성”이라며 “만약 인류가 존속하고 싶다면 우리의 지성을 오롯이 행성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숲의 나무들은 균류 네트워크를 형성해 서로 땅속에서 깊이 연결되고 있음이 그간의 연구에서 밝혀졌다”며 “이런 네트워크는 숲 전체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된다. 일부 토양에 영양이 부족하면 숲의 다른 토양에서 균류 네트워크를 통해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지구가 지금까지 번성한 건 생물들의 네트워크 덕이라는 논문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pixabay>

교수는 행성지성이 오래전 태동해 지금까지 발전을 거듭했으며, 현재 닥친 위기를 타개할 힘을 갖고 있다고 봤다. 지금으로부터 수십억 년 전, 아직 지상에 미생물밖에 없던 원시 지구의 행성지성은 미숙했지만 25억~5억4000만 년 전 대륙이 안정되자 식물이 광합성을 개시, 대기에 산소가 쌓이면서 오존층이 형성된 사실을 일례로 들었다.

애덤 프랭크 교수는 “지구상 생물들의 다양한 네트워크 덕에 행성지성은 아주 성숙해졌고 여러 생명이 어울려 살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인간의 경우 기술과 문명을 발달시켜 지구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어차피 이를 우리 힘으로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화석연료를 태우고, 그로 인해 지구의 대기와 바다를 오염시켜 왔다”며 “자신들이 살기 위해 지구를 망친다면 인류 또한 파괴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전 지구적 지성을 합쳐 생물들과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