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눈에 세상이 어떤 색으로 보이는지 재현하는 동영상 촬영 기술이 개발됐다. 학계는 동물의 시각기관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조지메이슨대학교와 영국 서식스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23일 공식 채널을 통해 동물들의 눈에 보이는 세계를 재현하는 일명 '애니멀 아이 뷰(animal-eye-view)' 기술을 소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소프트웨어와 일반 영상 카메라를 조합한 '애니멀 아이 뷰' 시스템은 동물이 보는 세계 그대로 동영상을 촬영하게 해준다. 이를 통해 여러 동물이 사물을 인식하고 색을 구분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새의 입장에서 본 숲 <사진=조지메이슨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세계적인 생물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도 소개된 '애니멀 아이 뷰'는 꿀벌 같은 곤충부터 조류, 포유류, 파충류 등 다양한 동물의 뷰를 재현해 준다.

연구에 참여한 조지메이슨대 생물학자 다니엘 핸리 교수는 "사람이 접하는 풍경을 다른 동물도 동일하게 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생물이 빛을 느낄 수 있는 기관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예컨대 인간의 눈에 자외선은 전혀 보이지 않지만 꿀벌이나 새의 눈에는 분명히 보여 차이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어 "인간 이외의 동물에 이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아는 것은 동물의 생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라며 "색깔과 신호를 보는 방식은 다양한 동물이 주위 세계와 소통하고 그곳을 돌아다니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공작새의 날개 무늬. A는 공작, B는 인간, C는 꿀벌, D는 개의 시각이다. <사진=조지메이슨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위 사진은 '애니멀 아이 뷰'로 촬영한 공작새의 날개 무늬다. A가 공작, B가 인간, C가 꿀벌, D가 개의 시각이다. 이 사진은 같은 것을 보더라도 동물의 시각기관에 따라 그 결과물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동물들이 보는 세상을 재현한 장비는 지금까지 여럿 개발됐다. 다만 대부분 정지 화면, 즉 사진을 구현한 탓에 동물의 시각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멀티 스펙트럼 촬영 기법을 기반으로 하는 '애니멀 아이 뷰'는 청색과 녹색, 적색, 자외선을 동시에 기록한다. 동물들이 보는 세계를 사진이 아닌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기술은 전례가 드물다.

실험 참가자가 팔뚝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상황. 꿀벌 눈에는 이렇게 보인다. <사진=조지메이슨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 사진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인간의 팔을 꿀벌이 어떻게 인식하는지 보여준다. 사람의 피부색은 인간의 눈이나 꿀벌 눈에 별반 다르지 않게 보인다.

다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차단제 부분은 꿀벌에게만 노랗게 보인다. 차단제의 영향으로 자외선의 파란색이 약해지는 반면 녹색과 빨간색은 그대로여서 사람과 벌의 시각에 차이가 생긴다. 

연구팀은 '애니멀 아이 뷰'가 잡아내는 동영상이 동물의 실제 시각 대비 92% 정확하다는 입장이다. 연구팀은 보다 많은 학자들, 특히 아마추어 과학 마니아들이 유용하게 사용하도록 '애니멀 아이 뷰' 소프트웨어를 오픈 소스로 선보일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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