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4000m가 넘는 심해 바닥에 찍힌 수많은 팔각형 무늬에 해양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의문의 팔각형은 문어가 먹이 활동을 할 때 생긴 흔적으로 판명됐다.

독일 라이프니츠 해양과학연구소(GEOMAR)는 7일 공식 유튜브를 통해 4200m 해저에 서식하는 문어들이 만들어낸 수수께끼의 팔각형 무늬들을 소개했다.

팔각형 흔적들은 북극해와 그린란드 해를 연결하는 풀럼 해협의 깊은 바다 밑에서 확인됐다. GEOMAR 소속 해양학자들은 해저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기묘한 팔각형 무늬 106개를 특정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연구팀은 얼마 안 가 해저 미스터리 서클이 심해에 서식하는 긴수염문어(Cirroteuthis muelleri)의 먹이 활동으로 인해 만들어졌다고 결론 내렸다.

심해 드론이 촬영한 팔각형 흔적들 <사진=GEOMAR 공식 트위터>

조사 관계자는 "심해 잠수 드론을 이용한 추가 탐사에서 우리는 긴수염문어가 팔각형을 찍어댄 것으로 확인했다"며 "이 문어의 다리들을 연결하는 막은 일반 두족류보다 훨씬 커서 우아한 플레어스커트를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심해는 얕은 바다와 달리 바닥에 난 자국은 원래 쉽게 지워지지 않고 오래 보존된다"며 "4000m 넘는 심해는 바닷물의 움직임이 거의 없어 지형 탐사에 유리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긴수염문어는 큰귀문어의 친척 뻘이다. 큰귀문어는 디즈니 캐릭터 덤보의 귀 같은 조직 두 개가 튀어나와 있다. 이는 긴수염문어도 마찬가지다. 이 문어들은 길쭉한 다리 8개 사이에 부착된 막을 펼쳐 큰 우산을 만든다. 이 상태에서 빨판과 촉모로 해저를 훑으며 먹이를 탐지한다.

수수께끼의 팔각형 무늬를 만들어낸 긴수염문어. 다리 사이의 막이 일반 문어보다 커 치마를 떠올리게 한다. <사진=일본 생물도감 '고세계의 주인(古世界の住人)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일단 해저를 훑다 먹이가 감지되면 그 자리에서 지면을 움켜쥐듯 내려앉는다"며 "이렇게 찍힌 팔각형 무늬들이 100개 넘게 펼쳐진 해저는 나스카 지상화와 비슷한 느낌마저 준다"고 설명했다.

팔각형 무늬들은 심해 두족류들의 독특한 사냥법을 잘 보여준다고 GEOMAR는 강조했다. 심해 두족류는 해저에 몸이 거의 닿을 듯 낮게 헤엄치며 먹이를 탐지한다. 다리와 막을 치마 또는 우산처럼 넓게 펴 지면에 내려앉은 뒤 오므리며 떠오른다. 이 동작으로 지면의 먹이를 빨아올린다.

조사 관계자는 "긴수염문어나 그 친척들은 일반 문어와 달리 빨판의 힘이 약하고 수영도 그리 빠르지 않다"며 "깊은 바다에서 먹이를 잡기 위해 이런 독특한 방법을 고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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