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의 한 향수회사가 특이한 제품 하나를 선보였다. '메종21G(Maison 21G)'이란 이름이 붙었는데, 메종은 프랑스어로 집을, 21G는 '21그램'을 각각 의미한다.

이름만으로 이 향수가 주목 받는 이유는 다름아닌 '21그램'이다. 1907년, 미국의 의사 던컨 맥두걸은 임종을 앞둔 사람 6명을 동원한 실험에서 인간 영혼의 무게가 21g이라는 충격적인 결론을 내렸다. 이 향수는 던컨 맥두걸의 기묘한 발견을 제품명에 사용함으로써 단순한 화장품이 아닌 '영혼의 향수'라는 극적인 마케팅 효과를 노렸다. 

이 향수에 영혼과 관련된 물질이 들어갔을 리 만무하지만, 제품명 하나만으로 '영혼의 무게' 논쟁이 다시 언급되면서 던컨 맥두걸이 새삼 주목 받는다. 사실 영혼의 무게를 쟀다고 주장한 던컨 맥두걸에 대한 논란은 그가 사망한 지 100년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다. 

향수 '메종 21G' <사진=메종21G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Maison 21G | Singapore Launch Party' 캡처>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의사 던컨 맥두걸은 틈만 나면 우리 영혼에도 무게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인간의 영혼이 연기나 덩어리 같은 물질이라면, 당연히 무게도 나갈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1907년, 마침내 던컨 맥두걸은 아주 희한한 실험에 나섰다. 일일이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말기 환자 총 6명을 실험에 동원했다. 당시 가장 정밀한 저울을 각 침대에 설치한 맥두걸은 사람이 죽는 순간 미세한 체중변화를 측정해 영혼의 무게를 얻을 생각이었다.

맥두걸은 시시각각 죽음이 다가오는 환자들의 땀과 소변은 물론 산소와 질소 등 온갖 것들을 계산했다. 그 결과, 사람의 영혼은 무게가 21g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의 해괴한 실험 결과가 알려지자 뉴욕타임즈가 대서특필했고, 사람들의 관심도 집중됐다. 

영혼의 무게를 둘러싼 논쟁은 뉴욕타임즈 보도 직후 벌어졌다. 내과의사 어거스터스 P. 클라크는 맥두걸이 허술한 방법으로 영혼의 무게가 21g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편다고 깎아내렸다. 어거스터스는 "사람은 죽는 순간 폐가 정지해 혈액을 식힐 수 없으므로, 체온이 미약하게 올라간다"며 "이 영향으로 피부에 땀이 나는데, 그 무게가 21g"이라고 맥두걸의 실험 결과를 반박했다.

맥두걸도 지지 않았다. 그는 "여러 마리의 개를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한 결과, 죽은 개의 체중 변화는 없었다"며 "오직 인간만 죽은 직후 체중 21g이  빠졌다. 이는 틀림없는 영혼의 무게"라고 맞받았다.

이에 어거스터스는 "개는 신체 구조상 그런 기능이 없기 때문에 체중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실소를 터뜨렸다. 여기에 맥두걸이 "혈액순환은 죽는 순간 멈추는 것이지 체온 상승으로 피부가 따뜻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재차 반박하면서 논쟁이 가열됐다.

맥두걸의 실험을 재구성한 영상 <사진=사이언스채널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Dark Matters - Weight of the Human Soul' 캡처>

영혼의 무게를 둘러싼 두 의사의 신경전은 1907년 말까지 이어졌다. 하도 기묘한 이야기다 보니 사람들 관심이 날로 커졌다. 자연스럽게 두 의사의 주장을 각각 지지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로부터 4년 뒤인 1911년, 맥두걸은 또 다시 뉴욕타임즈 1면을 장식하며 또 다른 논쟁거리를 낳았다. 그는 영혼의 무게 측량에 만족하지 않고, 아예 죽은 사람의 몸을 빠져나가는 영혼을 포착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사진에 대해 맥두걸은 "사람이 죽을 때 영혼은 불안정하고 흥분된 상태"라며 "영혼은 우주 에테르(우주 공간에 빛을 전달한다고 여겨지는 물질. 아리스토텔레스가 천체를 구성하는 제5원소라고 주장)와 비슷한 빛"이라고 설명했다.

맥두걸에 따르면, 이 빛은 사람이 죽는 순간 두개골 주변에서 포착된다. 어거스터스는 "이 실험 결과는 뭐라 반박할 가치조차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두 의사의 기나긴 싸움은 1920년 던컨 맥두걸이 세상을 떠나면서 겨우 끝났다.

뜨거운 논쟁은 막을 내렸지만 맥두걸의 '영혼의 무게' 실험은 그의 사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실로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의학은 물론이고 물리학과 화학, 생물학, 심리학자들이 그의 실험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학계는 물론, 대중문화계도 실험의 영향을 받았다. 영혼의 무게를 측정하려는 맥두걸의 황당무계한 생각은 훌륭한 이야깃거리였기 때문이다. 

많은 스토리텔러들은 영혼의 무게가 21g이라는 드라마틱한 실험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맥두걸의 실험은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동경과 두려움을 동시에 파고드는 뭔가가 있었다. 소설,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심지어 음악계까지 맥두걸의 실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고, 다양한 콘텐츠로 완성돼 대중에 소비됐다.

영화 '21그램'의 나오미 왓츠 <사진=영화 '21그램' 스틸>

가장 유명한 것이 2003년 멕시코 영화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선을 보인 '21그램'이다. 숀 펜과 베네치오 델 토로, 샤를로뜨 갱스부르, 나오미 왓츠, 멜리사 레오, 대니 휴스턴, 클리어 듀발 등 연기파가 총출동했다. '다빈치 코드'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댄 브라운도 맥두걸의 실험 내용을 책 '로스트 심벌'에 인용했다. 중국 애니메이션 감독 쑨쉰은 2010년 '21'그램이라는 27분짜리 다큐 애니메이션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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