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의 울창한 숲에서 5000년 동안 잠든 오래된 요새가 발굴됐다. 삼림에 완전하게 가려 보이지 않던 이 요새는 라이다(LiDAR) 기술을 탑재한 드론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현지 고고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8일 보고서를 내고 루마니아 북동부 네암츠의 삼림 지대에서 약 5000년 전 요새를 발견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라이다 장비를 탑재한 드론이 찾아낸 요새는 과거 인류가 축조한 대규모 군사 시설로 추측됐다.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넘어가던 시기 건설된 요새로 상당히 정교하고 구조 면에서도 방어력이 뛰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드론이 탑재한 라이다 장비가 잡아낸 루마니아 네암츠 삼림지대의 요새 <사진=바실레 디아코누>

조사를 주도한 고고학자 바실레 디아코누 박사는 “인류가 5000년 전 만든 요새는 튼튼한 방어 시설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해낸 듯하다”며 “요새는 전략적으로 고지대에 구축됐고 주변에 해자 등을 만들어 방어력을 높였다”고 전했다. 

해자는 적이 성이나 요새에 쉽게 침입하지 못하도록 주변에 만드는 고랑이다. 자연 하천을 이용하거나 인공 수로를 판다. 이번 요새의 경우 수백 m에 이르는 해자를 파기 위해 장정 수백 명이 동원됐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바실레 박사는 “이번 발견은 당시 사람들이 이미 고도의 토목기술과 조직력을 갖췄음을 보여줬다”며 “요새는 전망이 좋은 고지대에 만들어진 데다 잘 설계된 해자에 흙으로 만든 보루(토루)도 여럿 갖춰 적의 공격에 대비했다”고 평가했다.

드론과 라이다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고고학 탐사는 최근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진=pixabay>

학계는 라이다 기술을 활용한 역사적 유적 파악이 향후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레이더는 전파를 날리고 반사된 것을 해석해 물체의 위치나 거리를 파악하는데, 라이다는 전파 대신 레이저를 사용하는 보다 진보된 기술이다.

라이다는 악천후 성능 저하가 약점이지만 레이더보다 훨씬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고 물체의 형상을 입체적으로 포착한다. 고정밀 스캔 기술과 함께 지금까지 약 7000개나 되는 마야문명 건축물을 찾아냈고 아마존에 묻힌 2500년 전 고대도시도 발굴했다.

지난해 호주국립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라이다 기술을 이용해 남태평양 통가 제도 통가타푸(고대의 무아에 해당) 섬에서 약 1700년 전 조성된 고대도시를 찾아낸 바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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