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을 거듭하는 인공지능(AI)이 인간의 후각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인공지능 딥러닝을 연구하는 구글 브레인 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낸 실험 보고서를 통해 AI가 인간과 마찬가지로 냄새를 감지하는 경지에 올랐다고 전했다.

기계가 사람이나 동물처럼 냄새를 포착하고 구분하는 것은 구글 브레인이 개발한 '냄새 지도(odor map)' 덕분이다. 시각이나 청각은 빛이나 소리의 주파수 및 파장을 통해 기계가 파악할 수 있지만 냄새는 화합물의 분자 구조로 결정되기 때문에 AI가 감지하기 어렵다.

2019년부터 AI의 냄새 감지 기술을 집중 연구한 구글 브레인 팀은 미국 업체들과 공동으로 그래프 신경망(graph neural network)을 개발했다. 이를 탑재한 AI에 냄새를 구성하는 분자 구조 데이터 약 5000개를 주입하고 각 분자를 조합하는 방법을 학습시켰다.

인간 등 동물이 냄새를 감지하는 후각을 AI가 거의 따라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pixabay>

구글 브레인 팀은 기계 학습을 마친 그래프 신경망이 실제 사람처럼 후각을 발휘하는지 실험했다. 냄새에 민감한 전문가들을 모집한 구글 브레인 팀은 55가지 냄새 조합을 익히게 하고 이에 대한 자유로운 설명을 받았다.

이후 구글 브레인 팀은 똑같은 냄새 조합을 그래프 신경망이 감지하게 한 뒤 분석을 요구했다. AI가 내놓은 각 냄새에 대한 표현과 감상은 인간 피실험자들이 내놓은 평가의 평균치와 비슷했다. 쉽게 말해 AI는 아주 독특한 냄새의 감지는 애를 먹었지만 마늘이나 치즈처럼 익숙하고 화학물질 구조가 뚜렷한 냄새는 곧바로 알아챘다.

실험 관계자는 "사람이나 AI 모두 식재료나 양념 등 화학물질 구조가 명확한 냄새에는 일관된 감상을 내놨다"며 "다환식 구조나 니트로 및 스테로이드계 화합물처럼 복잡한 구조의 냄새는 인간은 물론 AI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개발이 한창인 휴머노이드는 인간과 같은 수준의 후각을 탑재할지도 모른다. <사진=pixabay>

구글 브레인 팀은 AI가 사향이나 건초 같은 낯선 냄새에는 정확한 후각적 판단을 내리지 못했지만 학습한 적이 없는 분자 구조의 냄새를 예상한 점은 놀랍다고 의미를 뒀다.

실험 관계자는 "AI는 각 화합물 분자 구조가 비슷하지 않은 생소한 냄새를 맡고서도 멋지게 정답을 맞혔다"며 "딥러닝을 거친 그래프 신경망이 숱한 냄새 정보를 수록하는 것은 물론, 분자 구조의 결합에 따른 특정 냄새를 예상한다는 점은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구글 브레인 팀은 AI의 후각 감지 기술이 향후 냄새와 관련된 신경과학이나 정신물리학 같은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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