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간 우주개발 업체 아스트로보틱의 달 착륙선 ‘페레그린’이 추진제 부족이라는 심각한 위기에 몰렸다. 기대를 모은 민간 업체 최초의 달 착륙 대기록 작성이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스트로보틱은 9일 공식 채널을 통해 전날 미국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의 신형 로켓 ‘벌컨 센타우르’에 실려 발사된 ‘페레그린’ 달 착륙선의 추진 시스템에 이상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페레그린’은 한국시간 8일 오후 4시18분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서 ‘벌컨 센타우르’ 로켓에 탑재된 채 발사됐다. 약 50분 뒤 정상적으로 사출된 ‘페레그린’은 달로 향하는 궤도에도 무사히 투입됐다.

달에 내린 페레그린 착륙선의 상상도 <사진=아스트로보틱 공식 홈페이지>

문제는 직후에 발생했다. ‘페레그린’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심우주 통신망 ‘딥 스페이스 네트워크’를 통해 운용팀과 신호를 주고받았는데, 이때 추진 시스템 동작 과정의 이상이 감지됐다.

‘페레그린’은 태양전지로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한 자세 제어가 불완전했다. 운용팀이 여러 차례 명령어를 보냈으나 즉각 복구되지 않았다. 민간 업체 최초 달 착륙이라는 원대한 꿈을 품은 ‘페레그린’의 미션 성공 가능성은 꽤 낮아진 상황이다.

아스토로보틱은 “운용팀 노력으로 태양전지를 태양 쪽으로 향하는 데는 성공했다”면서도 “추진 시스템 고장 탓으로 보이는 추진제 손실이 커 현재 대체 가능한 다른 미션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벌컨 로켓에서 사출된 페레그린. 페이로드 덱 부분에 장착된 카메라가 찍은 사진이다. <사진=아스트로보틱 공식 X>

이어 “현재 기체의 남은 추진제를 감안하면 ‘페레그린’이 안정된 상태로 비행 가능한 것은 앞으로 약 40시간”이라며 “자세 제어 시스템이 견디지 못하면 곧 제어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탐사선에는 NASA가 제작한 관측 및 실험 장비 5기를 비롯해 카네기멜론대학교의 소형 달 탐사차, 일본 민간 업체의 타임캡슐 등 21개 페이로드가 실렸다. 유명 인사들의 유골을 담은 티타늄 캡슐 66개도 탑재됐는데, ‘페레그린’이 달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월면장도 수포로 돌아간다.

달은 현재 화성과 함께 가장 개발 경쟁이 뜨거운 천체다. 미국 민간 기업이 만든 달 착륙선이 발사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는 지난해 처음으로 남극에 탐사선을 보냈고, 현재 NASA는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계획을 진행 중이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제작한 ‘슬림(SLIM)’ 착륙선은 오는 20일 최초의 달 핀포인트 착륙을 시도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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