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화가들의 풍경화를 생태계 연구에 활용하는 움직임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풍경화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그린다는 점에서 현재와 과거의 환경 변화를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자료다.

포브스는 최근 기사를 통해 미국 생태학자와 미술사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의 색다른 생태 연구를 소개했다. 이들은 19세기 거장들이 남긴 풍경화를 분석해 당시 자연환경을 이해하고 현재와 다른 점을 비교할 계획이다.

이들의 활동은 경관생태학에서 한 발 나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경관생태학은 특정한 구역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학문이다. 연구팀은 과거 화가들이 그린 생생한 자연환경 그림이 경관생태학의 귀중한 조사 자료라고 생각했다.

19세기 미국 풍경화가 애셔 브라운 듀랜드가 그린 '타나톱시스의 풍경' <사진=메트로폴리탄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현재 미국 화가 애셔 브라운 듀랜드의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다. 듀랜드는 미국의 화파 중 하나인 허드슨 리버 파(19세기 허드슨강 계곡을 그린 풍경 화가들)를 대표하는 화가다. 연구팀은 듀랜드의 작품을 모조리 분석해 과거 생태계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될 작품들을 분류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생태학자들은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조사할 때 현재 데이터와 과거에 수집된 정보를 비교한다"며 "정보의 대부분은 과거 학자들이 만든 것들인데, 우리는 풍경화야말로 생태 연구의 중요한 데이터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상상에 기반한 추상화와 달리 풍경화는 사실 그대로 그려내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 내용이 정확하기 때문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과거 생태나 사람들의 생활상, 지형 등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을 들여다보는 생태학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풍력발전기 하나를 세우는 데도 생태학이 동원된다. <사진=pixabay>

허드슨 리버 파는 19세기 풍경화를 숱하게 남겼다. 이 화파는 자연 그대로의 묘사를 중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연구팀이 이 화파의 중추 역할을 한 듀랜드의 작품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듀랜드의 작품이 19세기 산림, 지형, 생태를 고찰하기 위한 정보로 적합한지 판단하기 위해 4개의 해결 과제를 먼저 작성했다"며 "작가는 자신이 그린 풍경을 실제로 관찰했는지, 생태계를 이해했는지, 작품은 어떤 배경을 그렸는지, 작품을 제작하는 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등 모든 과제를 듀랜드의 그림들은 모두 충족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듀랜드는 자연을 잘 이해한 화가로, 다른 화파에도 풍경화를 그리기 전 실제 자연을 연구해 그대로 그리도록 권유했다. 연구팀은 듀랜드와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작품 활동을 한 다른 시대 풍경 화가들의 그림이 특정될 경우 생태 연구가 더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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