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장의 천장이 높을수록 필기시험 응시자들의 점수가 떨어진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 심리학 연구팀은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고사장의 규모가 응시자들에게 주는 심리적 영향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고사장 천장이 응시자의 집중력에 주는 영향을 면밀히 테스트했다. 2011~2019년 호주의 대학교 3개 캠퍼스에서 치러진 심리학과 학생 1만5400명의 시험 성적을 자세히 관찰했다.

학생들이 응시한 고사장은 바닥 면적이 38~1562㎡, 천장 높이는 2.79~9.50m로 천차만별이었다. 시험을 보는 장소에 따라 실제 필기시험 성적을 분석한 결과, 고사장 넓이뿐만 아니라 천장의 높이 또한 득점에 영향을 주는 사실이 드러났다.

고사장이 넓고 천장이 높을수록 시험 응시자들의 집중력이 떨어져 성적이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조사를 진행한 이사벨라 바우어 교수는 "고사장이 넓으면 필기시험 응시자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향은 2022년 우리 실험에서 이미 확인됐다"며 "이번 연구는 천장의 높이도 고사장 넓이만큼 집중력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알아낸 사실은 시험의 형평성에 의문을 제기할 뿐 아니라 평소 공부나 일 등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데 건물의 공간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고 덧붙였다.

입시나 자격시험 같은 필기시험은 인류에 있어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평가 방법이다. 이런 유형의 시험은 각국의 역사서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중국 수나라는 관리를 세습이 아닌 객관적 평가를 통해 뽑기 위해 처음으로 과거제도를 시행했다.

조사 관계자는 "고사장 습도나 온도가 인간의 인지력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이전에 파악됐지만 천장 높이도 관련이 있다는 것은 놀랍다"며 "이런 요소들이 필기시험 응시자들의 성적에 영향을 준다면 이는 형평성과 관계된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필기시험은 정해진 시간 안에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사진=pixabay>

이사벨라 교수는 "응시자가 많은 시험은 시간 절약을 위해 큰 홀이나 체육관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대규모 행사나 스포츠 등 다른 목적을 위해 설계된 장소이기 때문에 응시자의 심리에 악영향을 주는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 시행된 비대면 시험(온라인 시험)의 형평성 재검토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익숙한 공간인 집에서 보는 시험은 혹자에게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는 고사장보다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일부 응시자는 고사장보다 되레 집중이 어렵기도 하다. 

이사벨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건물 설계가 인간의 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공간 디자인이 인간의 사고나 실행 능력에 주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한다면 다양한 분야에 이를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