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하면 타인에 대한 호감 자체가 늘지는 않지만 관심이 있던 사람에게 콩깍지가 씐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설에 머물렀던 '맥주 고글(beer goggles)' 및 '리퀴드 커리지(liquid courage)'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된 셈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실험 보고서에서 술을 마시면 타인에 대한 관심이 강해지지는 않지만 원래 호감을 가진 사람에게 더 끌릴 가능성은 약 2배 커진다고 주장했다.

술을 마시면 감정이 변한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유명한 가설이 '맥주 고글'과 '리퀴드 커리지' 효과다. '맥주 고글'은 취할수록 이성에 더 호감을 갖는 것을 뜻한다. '리퀴드 커리지'는 술을 마시고 없던 용기가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술에 취하면 이성에 대해 느끼는 매력 자체가 커지지는 않지만, 관심이 있는 이성에 더 호감을 갖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두 가설을 실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남성 18쌍을 모집했다. 남자가 친구끼리 술을 마시며 이성에 대해 토론하는 자연스러운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각 쌍은 절친한 친구들로 구성했다.

연구팀은 여성 여러 명의 사진과 영상을 피실험자들이 맨정신일 때와 혈중알코올농도가 0.08%일 때 보여줬다. 각 상황에서 여성들에 대한 호감도를 매기는 한편, 기회가 된다면 실제 대화하고 싶은 이성을 꼽으라고 주문했다.

실험 결과 알코올은 모르는 이성에 대해 느끼는 매력 자체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다만 객관적으로 외모가 뛰어난 여성 상위 4명에 대한 호감도는 유의미하게 커졌다. 

'맥주 고글' 및 '리퀴드 커리지' 효과는 모두 술에 취한 사람의 심리 변화에 대한 가설이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취기가 오른 피실험자들은 매력적이라고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 접근할 확률이 1.71배 높아졌다"며 "이는 술의 힘을 빌려 이성에 고백하는 '맥주 고글'과 '리퀴드 커리지' 효과를 어느 정도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학자들은 '맥주 고글' 효과가 실존하지 않으며, 주류 회사의 마케팅일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실험 관계자는 "취한 사람에게서 두 현상이 객관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친구끼리 술을 마시고 이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현실적인 상황이 호감도에 영향을 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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