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젠버그왕도마뱀이 심각한 피부염을 야기하는 검정파리로부터 가축을 보호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왕도마뱀의 일종인 로젠버그왕도마뱀은 호주의 대표적인 청소동물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동물학자 톰 제임슨 박사 연구팀은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로젠버그왕도마뱀은 호주 남부 고유종이며 성체 크기는 평균 1.5m다.
연구팀은 검정파리가 동물에 주는 피해를 추적조사하다 로젠버그왕도마뱀과 연관성을 우연히 알아냈다. 검정파리는 소나 양 등 방목되는 가축의 몸에 알을 낳는데, 부화한 구더기가 피부를 집요하게 파먹어 염증을 일으킨다. 심하면 가축이 죽기 때문에 농가 피해가 막대하다.
제임슨 박사는 "검정파리 구더기의 생태 조사 중 로젠버그왕도마뱀이 야생동물의 사체를 먹어치워 방목하는 가축의 생명을 지키는 것을 확인했다"며 "검정파리가 야기하는 질병은 농가 입장에서는 관리 비용이 많이 들고, 동물복지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로젠버그왕도마뱀은 검정파리의 구더기투성이인 동물 사체를 청소한다. 로젠버그왕도마뱀처럼 생물의 썩은 사체를 먹이로 하는 청소동물(부육식)들은 검정파리의 구더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 간접적으로 가축의 피해를 줄여준다.
제임슨 박사는 "인간의 욕심으로 말미암은 지속적인 환경 변화로 생태계에 중요한 기능을 뒷받침하는 청소동물이 광범위하게 사라지고 있다"며 "유럽인들이 호주에 온 이후 고유종 포유류가 대량 멸종했기 때문에 많은 청소동물도 자취를 감췄다"고 아쉬워했다.
로젠버그왕도마뱀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연구팀은 카메라를 설치한 철장에 수백 마리의 쥐 사체를 방치하고 5일 후 검정파리 구더기의 수를 헤아렸는데, 청소동물의 개입이 없을 경우 쥐 한 마리 당 구더기 1000마리 이상이 들끓었다. 구더기는 검정파리로 자라면 일주일 만에 25㎞나 이동하면서 양과 소, 말의 몸에 알을 낳는다.
제임슨 박사는 "이번 조사에서 우리는 로젠버그왕도마뱀이 다른 청소동물보다 더 많은 죽은 쥐를 먹는 사실도 확인했다"며 "다른 청소동물도 면밀히 조사해 파리 구더기의 대량 발생을 억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