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상위 10%의 부유층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세계 전체의 약 절반에 육박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 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지난달 말 펴낸 보고서 '생명을 위협하는 탄소 불평등(Carbon inequality kills)'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53) 같은 부호들은 일반인이 평생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단 90분 만에 뿜어낸다.
옥스팜은 오는 11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발표할 이번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 50명의 자가용 제트기와 초호화 요트, 주요 사업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집계했다.
그 결과 상위 10%의 부유층이 세계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절반을 점유했다. 상위 1% 부호들의 배출량은 전체의 16%에 달했는데, 이는 세계 최빈곤층의 3분의 2에 의한 배출량을 웃돌았다.
옥스팜 관계자는 "억만장자들은 1년에 평균 184회 자가용 제트기를 타고 하늘 위에서 약 425시간을 보낸다"며 "부자들이 모는 자가용 제트기가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일반인 한 명의 300년치"라고 전했다.
이어 "억만장자 18명의 초호화 요트 23척을 조사한 결과 연간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672t이었다"며 "이는 개인 제트기의 3배 이상으로 일반인 한 명으로 따지면 860년치의 이산화탄소량"이라고 덧붙였다.
옥스팜은 이산화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대표적인 억만장자로 미국 대형 마켓 월마트를 소유한 월튼 가문을 들었다. 이들이 소유한 초호화 요트 3척만 해도 연간 약 10만3700㎞를 여행하며 1만8000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이는 월마트 직원 1700명 분과 맞먹는다.
일론 머스크는 적어도 제트기 2대를 소유하고 있으며, 배출량 합계는 연간 5497t으로 추산됐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60)도 제트기 2대를 가졌으며, 연간 25회 비행이 야기하는 이산화탄소탄는 2908t으로 추측됐다. 이는 아마존 직원 한 명이 207년간 생활해야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이다.
옥스팜 관계자는 "개인이 아무리 대중교통으로 출근한다고 해도 세계 총 탄소배출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그 한 명이 억만장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는 온난화 완화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기부하지만 이들은 기후가 악화일로를 걷는 지구를 궁극적으로 떠나고 싶어한다. 이들을 태운 로켓은 대기 중에 수천 t의 이산화탄소를 내뿜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