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는 다양한 천문 이벤트를 포착해온 허블우주망원경이 24일로 데뷔 33주년을 맞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는 이날 각 공식 채널을 통해 1990년 4월 24일 지구 저궤도에 진입하며 관측 활동을 시작한 허블우주망원경이 33세를 꽉 채웠다고 발표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은 지난해 7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데뷔 후에도 활발한 관측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로 무려 30년 넘는 현역 망원경인데, 그간 여러 차례 보수와 업그레이드를 거치면서 지금도 경쟁력 있는 장비로 인정을 받는다.
지금은 퇴역한 NASA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탑재돼 하늘로 솟아오른 허블우주망원경은 지금까지 약 5만2000개 천체를 대상으로 약 160만 회의 관측을 실시했다. 단순히 계산해도 연간 약 5만 회에 가까운 관측을 진행한 셈이다.
팽창우주론을 주장한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파월 허블의 이름을 붙인 허블우주망원경이 지금껏 지구 저궤도를 돌 수 있는 것은 운용 주체들이 많은 신경을 쓴 결과다. 실제로 NASA는 이 망원경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숱한 노력을 기울였다.
우주망원경을 운용하면서 가장 주의할 점은 고도의 저하다. 장비가 낡을수록 기체가 뜬 고도가 점점 낮아지고, 결국에는 지구 대기권에 돌입하면서 소멸해버릴 수 있다.
NASA는 지난해 10월 미국 민간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와 공동으로 허블우주망원경의 고도를 높일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스페이스X는 자사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활용해 허블우주망원경의 고도 상승 및 안정화를 검토하고 있다.
스페이스X 관계자는 "허블우주망원경은 현재 지구 저궤도 약 540㎞ 높이에 떠있다"며 "2009년 NASA의 우주왕복선 운용이 끝나면서 솔직히 유지 보수가 원활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디스커버리 우주왕복선에서 허블우주망원경이 사출될 당시 고도는 약 615㎞였다"며 "현재 약 70㎞ 이상 궤도가 낮아진 것은 지구 저궤도의 대기가 희박하고 저항이 심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NASA에 따르면 현재 상태라면 허블우주망원경은 오는 2030년대 중후반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소멸이 불가피하다. NASA와 스페이스X는 허블우주망원경의 고도 상승은 물론 장비 업그레이드 등 유지 보수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NASA 관계자는 "허블우주망원경은 지난 1993~2009년 우주왕복선들의 도움을 받아 5회에 걸쳐 업그레이드됐다"며 "현재 사용 중인 고성능 카메라(ACS)나 광시야 카메라3(WFC3)도 발사 이후 추가된 장비"라고 설명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은 유지비 등 문제로 2011년 NASA의 우주왕복선이 공식 퇴역한 이후 벌써 10년 넘게 어떤 서비스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NASA는 허블우주망원경의 실제 내구성이 당초 설계할 때보다 훨씬 우수해 지금까지 몇 차례 미션을 연장해 왔지만 거의 한계 상황이라고 보고 고도 상승 및 업그레이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스페이스X는 우선 '크루 드래곤'의 넉넉한 수납시설에 허블우주망원경을 고정하고 기기를 정밀 분석해 고도 상승이 가능한지,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적용할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후 NASA와 협력해 허블우주망원경의 기체 보수 및 장비 업그레이드를 추가 진행하게 된다.
한편 NASA는 허블우주망원경의 궤도 진입 33주년을 기념, 드넓은 우주를 채우는 별들의 극적인 탄생 상황을 공개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에 걸쳐 WFC3로 촬영한 이 사진은 페르세우스자리 방향으로 지구에서 약 960광년 떨어진 반사성운 'NGC 1333'의 환상적 자태를 담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