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이 운용하는 탐사 헬기 ‘인저뉴어티(Ingenuity)’가 최근 화성에서 진행된 시험비행에서 최장 비행거리 및 최고 속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NASA는 인저뉴어티가 화성에서 계속될 동력체 탐사의 미래를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28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난 4월 8일 실시된 인저뉴어티의 24차 비행 중 촬영된 화성 표면 영상을 공개했다.

JPL 관계자는 “동영상 촬영은 인저뉴어티에 탑재된 내비게이션 시스템용 흑백 카메라가 찍은 것”이라며 “재생 속도는 실제 인저뉴어티의 비행 대비 약 5배 빠르게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래가 가득한 지표면에서 이륙한 헬기는 먼지가 자욱한 대기를 뚫고 순조롭게 비행을 이어갔다”며 “바위가 산재한 지역을 가로질러 마지막으로 비교적 평탄한 곳에 착륙할 때까지 상황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고 덧붙였다.

NASA에 따르면 이날 비행에서 인저뉴어티는 수평거리 704m를 2분41.3초에 걸쳐 비행했다. 대지 속도는 최고 초속 5.5m(시속 19.8㎞)였다. 지금까지 이 헬기가 세운 최고 기록은 비행거리 625m(9회차, 2021년 7월 5일), 최대 속도 초속 4.4m(20회차, 2022년 2월 25일)였다.

NASA는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 설계 당시부터 상공에서 임무를 보조할 소형 헬기를 고안했다. 헬기는 기본적으로 공기를 밀어 떠오르는 힘(양력)을 발생시킨다. 화성의 대기는 지구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추진에 필요한 분자가 적다. 참고로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38% 밖에 안 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대기가 희박하다는 단점을 상쇄할 수준은 아니다.

때문에 화성 탐사 헬기는 가벼워야 할뿐더러 날개는 지구보다 빠른 속도로 회전해야 한다. 인저뉴어티는 무게가 1.8㎏에 불과하며, 카본 파이버(탄소섬유) 날개는 높이가 48㎝인 본체보다 훨씬 큰 1.2m다. 날개의 회전 속도는 분당 2500회로 지구에서 양력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450rpm의 5.6배 빨리 돈다. 

화성 표면 온도는 -83℃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인저뉴어티는 퍼서비어런스와 마찬가지로 히터를 따로 갖췄다. 실시간 조종이 불가능한 인저뉴어티는 지구에서 명령을 따로 받는다. 화성까지 명령이 전달되려면 15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비행 명령은 미리 전송된다.

950억원이 투입돼 제작된 화성 탐사 헬기 인저뉴어티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8500만 달러(약 947억7500만원)를 들여 완성한 인저뉴어티는 지난해 2월 19일 아침(한국시간) 화성의 제제로 크레이터에 착륙한 NASA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에 탑재돼 있었다. 그해 4월 19일 오후 7시53분, 초속 1m로 약 3m 상승한 뒤 30초간 정지비행을 하고 착륙해 화성에서의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인류가 외계에서 제어 가능한 동력체를 날린 최초의 사례로 인저뉴어티는 대단한 관심을 받았다.

사실 이 헬기의 임무는 1300만 화소의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하는 것 등은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의 도움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비행은 실질적 탐사보다는 외계에서 동력체 비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NASA는 인저뉴어티가 원래 한 달에 최대 5회 시험비행을 전제로 설계됐으나 생각보다 성능이 좋아 미션을 오는 9월까지 연장한 상태다. 다만 제제로 크레이터가 위치한 화성 북반구가 현재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었고 대기 중의 부유 먼지가 늘면서 태양전지 발전량 저하가 문제로 지적된다.

인저뉴어티의 주 임무는 화성의 대기 조건에서 반복된 비행 및 촬영이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기온이 영하 80℃ 밑으로 떨어지는 화성에서 값비싼 관측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히터를 작동시켜야 한다. 밤새 전력을 공급하려면 배터리가 적어도 70%까지 충전돼 있어야 하지만 계절적 요인 등으로 일몰까지 배터리가 68%까지만 충전되는 경우가 잦다는 게 NASA 설명이다.

NASA 관계자는 “배터리 충전량 부족은 야간의 전압 저하로 이어져 새벽에 인저뉴어티가 리셋되기도 했다”며 “기기의 기동 시각이 어긋나 버린 인저뉴어티는 퍼버시어런스의 예정된 요청에 응답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지구와 통신이 일시 두절됐다”고 전했다.

이어 “인저뉴어티는 설계 당시보다 한참 많은 미션을 수행 중”이라며 “태양전지를 활용하는 탐사 장비를 운용하기에 화성이 좋지 않은 환경임을 인저뉴어티가 잘 보여줬다. 이 헬기는 당장 작동이 멈춰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까지 가면서 동력체를 통한 화성 탐사의 미래를 열어줬다”고 덧붙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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