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가까이 잠들어 있던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의 담벼락 낙서가 고고학자들에 의해 햇빛을 보게 됐다. 눈앞의 사물을 순수하게 묘사한 점에서 어린이의 것으로 추측된다.
폼페이 고고학 공원(Parco archeologico di Pompei)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베수비오 화산 분화로 1945년 동안 매몰됐던 낙서와 사람 유골, 화려한 벽화를 소개했다.
공원 관계자는 "발견된 유골은 여성과 남성의 것으로 모두 고령자로 판단된다"며 "화산이 폭발할 당시 좁은 통로를 이용해 피난하려다 변을 당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유골이 나온 가옥에서는 그리폰과 인어, 켄타우로스, 비너스, 아폴로, 바쿠스 등 신화 속 장면들을 묘사한 화려한 벽화도 나왔다"며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담벼락에 새겨진 낙서"라고 덧붙였다.
발굴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낙서는 가옥의 벽 일부에 목탄으로 그려졌다. 그림체가 투박하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점에서 아이의 낙서로 여겨진다. 두 검투사가 마주 보는 상황, 떨어진 독수리 머리, 사냥 장면 등이 그려져 있다.
폼페이 고고학 공원은 지난 2022년 발견돼 지금껏 조사가 이어진 중산층 가옥의 내부도 공개했다. 현재 고고학자들은 이곳에서 발굴된 유골들을 분석 중이다.
폼페이는 79년 베수비오 화산이 분화하면서 최후를 맞았다. 18세기에 재발견돼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발굴 작업이 이어지는 살아있는 고고학 현장이다.
공원 관계자는 "폼페이는 화산재에 완전히 덮여 파괴된 도시지만, 재 때문에 유적이 온전하게 보존돼 약 2000년 전 음식 흔적이나 주민들의 최후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