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3세로 추측되는 신천옹(알바트로스)이 새로운 짝을 만나 산란했다. 위즈덤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새가 현재 세계 최고령 조류라는 점에서 알이 부화할지 많은 관심이 쏠렸다.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FWS)은 최근 공식 X를 통해 위즈덤이 수컷 파트너를 찾아 지난 11월 말 알을 낳았다고 전했다. 위즈덤은 지난 3월 미국 하와이 제도 미드웨이 섬으로 날아와 짝짓기에 나섰으나 실패한 바 있다.

USFWS 관계자는 "신천옹은 통상 11~12월 하와이 제도로 들어와 번식한다"며 "위즈덤은 이보다 3~4개월 늦은 올해 3월 수컷을 찾다 포기했으나, 이번에는 다른 새들과 시기를 맞춰 반려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새 파트너(오른쪽)와 짝짓기해 지난달 산란한 세계 최고령 새 위즈덤. 다리에 'Z333' 식별 밴드가 아직 붙어있다. <사진=USFWS 공식 X>

미국 조류학자 챈들러 로빈스 박사는 신천옹의 생태 조사를 위해 1956년 위즈덤의 다리에 'Z333'이라고 적힌 식별 밴드를 부착했다. 박사는 2017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위즈덤을 연구했다. 임무를 이어받은 후배 학자들은 오랜 세월 위즈덤과 함께 생활한 수컷이 최근 몇 년간 눈에 띄지 않아 우려해 왔다.

USFWS 관계자는 "신천옹의 수명이 최장 60살이라고 볼 때 위즈덤의 생존력은 놀라울 따름"이라며 "더욱이 이번에 알을 낳았다니 학자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고 전했다.

이어 "1951년생으로 여겨지는 위즈덤은 아케아카마이라는 수컷 신천옹과 함께 살았지만 최근 3년간 관찰카메라에 혼자 잡혔다"며 "신천옹은 일부일처제라 고령의 반려가 죽으면 짝도 시름시름 앓다 죽는다. 70세가 넘은 위즈덤이 새 파트너를 만나 알을 낳은 것은 기적"이라고 놀라워했다.

지난 3월 미드웨이 섬에서 찍힌 위즈덤. 당시 짝짓기 상대를 찾았으나 실패했다. <사진=USFWS 공식 페이스북>

조류학자들은 위즈덤이 고령이 될 때까지 짝짓기를 하고 자손을 보는 비결이 탁월한 적응력이라고 분석했다. 위즈덤이 자기 이름처럼 수많은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지혜를 터득했다는 이야기다. 

USFWS 관계자는 "로빈스 박사가 1956년 위즈덤의 다리에 식별 밴드를 붙일 때만 해도 위험물이 많은 곳에 둥지가 있었다"며 "몇 해 뒤 박사가 위즈덤을 추적한 결과 위험물이 적은 장소로 둥지를 옮긴 뒤였다"고 말했다.

이어 "로빈스 박사는 위즈덤이 지금까지 50~60개의 알을 낳았고, 그중 약 절반이 부화한 것으로 봤다"며 "위즈덤의 알이 이번에도 부화할지 학자들도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는데, 새끼가 태어날 확률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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