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력이 강하고 다양한 작물에 피해를 주는 진드기과 해충 응애류를 농약 없이 퇴치하는 방법이 개발될 전망이다.
일본 교토대학교 대학원 연구팀은 6일 공식 홈페이지를 낸 논문에서 박각시과 나방의 유충을 통한 응애류 퇴치의 가능성을 소개했다. 이번 성과는 영국 과학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도 게재됐다.
연구팀은 점박이응애와 차응애 등 농가에 큰 피해를 주는 응애류 대표 해충이 박각시 유충이 지나간 자리를 교묘하게 피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응애류가 즐겨 먹는 강낭콩 잎에 박각시 유충의 화학물질을 묻히고 반응을 살폈다. 응애류들은 눈에 띄게 박각시 유충의 자취가 남은 잎을 기피했고, 박각시 흔적이 없는 잎은 개걸스럽게 먹어치웠다.
실험 관계자는 "일부 각시류 나방의 유충들은 다리에서 특이한 화학물질을 분비한다"며 "이 물질이 들러붙은 작물의 잎은 응애류가 철저하게 피해 가는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정밀 분석을 통해 유충이 지나가면서 남긴 화학물질을 특정한 연구팀은 이를 활용, 응애류 퇴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응애류는 대체로 몸길이 약 0.5㎜로 아주 작고 채소와 과일 잎에 알을 많이 낳아 작물을 황폐화한다. 생후 단 열흘 정도면 알을 낳는데, 세대교체가 아주 빨라 어지간한 농약에는 쉽게 내성을 갖는다.
연구팀은 농가에 골치 아픈 해충 응애류가 개미 등 육식 곤충과 마찬가지로 각시류 유충을 천적으로 기피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박각시 유충 역시 고구마 등 작물의 잎을 먹는 해충이지만, 응애류와 그 알까지 먹어치우는 만큼, 잘만 하면 이이제이식 해충 퇴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험 관계자는 "일단 박각시 유충이 발자국을 낸 잎들은 이틀이 지나도록 응애류가 기피했다"며 "시간이 지나도 위력을 발휘하는 박각시 유충의 화학물질은 인체나 다른 동물에는 무해한 천연 진드기 살충제"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풀을 먹는 곤충 사이에도 화학물질을 이용한 방어 전략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인체와 자연에 해롭지 않은 자연 유래의 농약을 만들 열쇠가 박각시 유충이라고 보고 관련 연구를 더 진행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