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 년 전 유럽에 존재한 신종 유인원 화석이 발굴됐다. 학자들은 약 2400만~520만 년 사이 중신세 유럽에 두 종의 고대 유인원이 공존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유럽과 캐나다 고고학·인류학자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독일 남부 해머슈미데 점토 채굴장에서 발견한 1200만 년 전 유인원 화석을 소개했다.

부로니우스 만프레드슈미디(Buronius manfredschmidi)로 명명된 이 신종 유인원은 체격이 작고 자신보다 덩치가 큰 유인원 다누비우스 구겐모시(Danuvius guggenmosi)와 공동생활한 것으로 추측된다. 유럽의 화석 유인원(이미 멸종된 태고의 유인원)에서 이 같은 공생관계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부로니우스 만프레드슈미디의 표본은 아직 복원 전이다. 사진은 현생종 유인원의 하나인 보노보 <사진=pixabay>

신종 유인원의 이름은 발굴 장소의 과거 명칭 및 1970년대 후반 같은 장소에서 귀중한 화석을 발견한 치과의사 만프레드 슈미트에서 땄다. 조사에 참여한 토론토대학교 데이비드 비건 교수는 "화석에서는 이들이 서로 같은 장소에 살면서 다툼을 피하기 위해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흔적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이곳에서는 2010년대 중반 1160만 년 전 유인원 다누비우스 구겐모시의 뼈 화석이 나왔다"며 "두 유인원은 덩치 등 적잖은 차이점이 있지만 같은 시대 같은 생태계에서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두 유인원의 공존을 점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이번에 나온 부로니우스 만프레드슈미디의 화석은 치아 2개, 무릎뼈 일부인데 분석 결과 다누비우스 구겐모시의 생활상과 공통점을 시사하는 흔적이 있었다.

부로니우스 만프레드슈미디의 이빨 화석은 길이 7.7㎜에 불과하지만 에나멜질 조사 결과 식생활의 비밀이 드러났다. <사진=토론토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비건 교수는 "부로니우스나 다누비우스 모두 나무 위에서 생활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화석을 보면 몸집이 더 작은 부로니우스는 다누비우스보다도 높은 곳의 가지에서 잎사귀를 따서 먹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 화석 크기로 볼 때 부로니우스의 몸무게는 10㎏ 안팎으로 생각된다"며 "다누비우스가 15~46㎏, 보노보가 30㎏, 고릴라가 200㎏ 이상이므로 부로니우스는 상당히 몸집이 작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두 유인원의 화석 비교에서 부로니우스는 더 두툼하고 좌우로 비대칭적인 몸을 가졌다고 판단했다. 이는 허벅지 근육 차이가 원인으로, 아마 부로니우스는 다누비우스보다 나무를 잘 탔고 가지 위에서 편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었음을 시사한다.

부로니우스 만프레드슈미디의 위쪽 제2 큰 어금니(대구치)의 다각도 사진(위) 및 아래쪽 제2 작은 어금니(소구치)의 다각도 이미지 <사진=토론토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비건 교수는 "영장류 치아의 에나멜 두께는 식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고릴라처럼 에나멜이 얇은 치아는 섬유질이 풍부한 식물을 먹었다는 의미"라며 "부로니우스의 에나멜질은 유럽의 어떤 유인원보다 얇은 반면 다누비우스는 멸종한 근연종보다 에나멜질이 두꺼워 거의 인간과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위아래로 맞닿는 치아 에나멜질의 경우 부로니우스는 매끄럽고 끝이 날카롭다. 이는 음식물을 절단하기 쉬운 형상"이라며 "다누비우스는 에나멜질에 홈이 있고 끝은 둥그스름하다. 이는 잡식성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부로니우스와 다누비우스가 같은 시대에 공존하면서 충돌하지 않기 위해 각기 다른 자원을 이용했다고 봤다. 비건 교수는 "몸집이 작은 부로니우스는 높고 가느다란 나뭇가지의 잎사귀만 먹으며 지냈고, 다누비우스는 두 발로 걸으며 여러 음식을 섭취했을 것"이라며 "이는 현생종인 인도네시아 긴팔원숭이와 오랑우탄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