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명작 '해리포터' 시리즈가 올해 탄생 20년을 맞은 가운데, 작품이 바꿔놓은 현실 세계의 법에도 새삼 관심이 쏠렸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은 다니엘 래드클리프(32)와 루퍼트 그린트(33), 엠마 왓슨(31) 등 배우들의 근무 환경 때문에 영국의 실제 법을 바꾼 작품이다. 

크리스 콜럼버스(63) 감독 등 제작진은 영화 촬영 당시 열 살 안팎인 주인공 3인방의 '근무 시간'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당시 영국 노동법은 아역 배우들을 오후 3시30분 이후에는 일을 시키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이 영화의 프로듀서 중 한 명인 던칸 헨더슨(66)은 최근 '해리포터' 전문 팟캐스트 '비하인드 더 완드(Behind the Wand)'에 출연해 제작진이 겪은 상황을 돌아봤다.

열 살 전후반 나이에 '해리포터' 시리즈에 출연한 아역 배우들 <사진=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스틸>

그는 "아역들의 근무 시간 문제는 크리스 감독 등 제작진에게 가장 큰 숙제였다"며 "주인공 3인방 외에 또래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기 때문에 단역까지 치면 아역만 수 백 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더구나 1편은 어린 해리의 성장과 호그와트 생활에 초점을 맞춰 아역들을 한꺼번에 동원하는 신이 많았다"며 "원작자인 조앤 롤링이 영국에서만 촬영을 원하는 등 난관이 많아 촬영 일정이 점점 늘어졌다"고 덧붙였다.

결국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제작진은 아역 배우들의 근무 시간 제한을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던칸 헨더슨은 "제작진이 관련법을 따져보니 대체 어떻게 만들어졌나 싶을 정도로 애매한 부분이 많더라"며 "원래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연극이나 뮤지컬에 맞춘 법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아역을 비롯한 아동 노동자들의 인권을 수호하고 법이 정한 바를 지키되 영화는 무대와 다르다고 국회를 설득했다. 다행히 당시의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68)와 문화부 장관 재닛 앤더슨(72)은 이들의 의견을 적극 지지했다. 관련법은 아역 배우의 하루 노동시간을 늘리되 전체 노동 일수를 줄이는 식으로 변경됐다.

수많은 아역배우가 출연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영국 노동법까지 바꿔버렸다. <사진=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스틸>

던칸 헨더슨은 "당시만 해도 아역 배우의 노동시간 등 처우에 대한 기준은 영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며 "대부분 전미영화배우조합과 캘리포니아주 규칙에 기초하던 것을 우리가 더 효율적으로 다듬었다"고 자평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아역들의 개런티 문제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주인공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1편 출연 당시 제법 이름이 알려졌음에도 아역이라는 이유로 출연료가 7만5000파운드(약 1억1000만원)에 그쳤다. 1편으로 대박을 친 제작사가 그에게 제시한 2편 출연료는 12만5000파운드(약 1억8400만원)였다.

이를 보다 못한 영국배우노동조합(The British Actors Equity Association)은 아역 배우들에 대한 합당한 개런티 지급을 요구했다. 결국 조합의 도움과 여론 덕에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무려 200만 파운드(약 30억원)를 받고 2편 계약서에 사인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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