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뉴욕까지 약 1시간이면 날아가는 극초음속 비행기가 등장할지 관심이 쏠렸다.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둔 비너스 에어로스페이스(Venus Aerospace)는 4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음속의 9배(마하 9)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항공기 '스타게이저(Stargazer)'를 소개했다.

'별을 보는 자'를 의미하는 '스타게이저'는 길이 약 45m, 폭 약 30m, 승객 총 12명이 탑승하는 제트기다. 일반 여객기의 국제선 순항고도인 3만 피트(약 9100m)를 훨씬 뛰어넘는 17만 피트(약 5만1800m) 이상으로 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마하 9를 목표로 제작되는 극초음속 여객기 '스타게이저' <사진=비너스 에어로스페이스 공식 홈페이지>

요즘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일반에도 잘 알려진 극초음속, 즉 하이퍼소닉(hypersonic)은 음속의 5배 이상이다. 음속 1이 시속 약 1224㎞이므로 하이퍼소닉의 최소 시속은 약 6120㎞에 달한다.

'스타게이저'가 최종 목표로 하는 마하 9는 무려 시속 1만1016㎞, 초속 약 3.06㎞다. 이런 엄청난 속도를 내는 것은 비너스 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회전 디토네이션(detonation) 엔진이다. 자동차 엔진 연소 사이클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 디토네이션은 격렬한 폭발을 의미하는 '폭굉'으로 해석된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실험에서 디토네이션 엔진의 속도 및 안전성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며 "엔진이 뿜어내는 엄청난 추력을 마하 9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이를 충분히 견디도록 기체의 강성을 높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비너스 에어로스페이스가 최근 실험에 성공한 회전 디토네이션 엔진. 디토네이션 파의 회전이 보인다. <사진=비너스 에어로스페이스 공식 홈페이지>

극초음속으로 나는 비행 물체는 지금까지 여럿 등장했다. 2021년 개발된 북한의 '화성(명칭은 추정)' 등 미사일이 대부분으로, 사람을 태우는 여객기는 전례가 없다.

2000년 7월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역사의 뒤안길로 일찍 사라진 프랑스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의 비행속도는 마하 2였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빠른 비행기로 군림한 미국 록히드 마틴의 정찰기 SR-71(블랙버드)의 최고 속도는 마하 3 이상이다. 

비너스 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디토네이션 엔진의 핵심은 연료가 산화제와 혼합된 후 연소한 가스의 팽창 속도가 음속을 넘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의 엔진은 초당 약 2만 회전이 가능하며 엔진 내부에서 초음속 연소를 연속적으로 일으켜 가공할 추력을 낸다"고 전했다.

시에라 스페이스와 허미우스의 제트 여객기 '쿼터호스' <사진=허미우스 공식 인스타그램>

비너스 에어로스페이스는 엄청난 디토네이션 엔진의 추력을 견딜 기체 설계를 위해 향후 전장 6.1m의 드론을 제작, 우선 마하 5 돌파를 목표로 실험에 나선다. 이에 성공할 경우 '스타게이저' 프로토타입 제조에 착수한다.

회사 관계자는 "최종적으로는 승객을 태우고 고도 약 17만 피트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날 정도의 튼튼한 기체를 만드는 것"이라며 "실험이 순조롭다면, 우리의 원래 목표인 마하 9라는 꿈의 속도에 머잖아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토네이션 엔진은 비행기 속도를 비약적으로 올리고 연비도 기존 엔진보다 20% 우수해 미 해군도 개발 중이다. 미국 민간 우주개발 업체 시에라 스페이스(Sierra Space)는 허미우스(Hermeus) 사와 마하 5 속도를 내는 제트기 '쿼터호스(Quarterhorse)'를 만들고 있다. 중국 링쿵톈싱(능공천행)은 시속 7000㎞(마하 약 5.7)로 베이징-뉴욕을 1시간에 연결하는 12인승 제트기를 제작 중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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