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공간에서 견뎌야 하는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가상현실(VR) 테라피 개발 열기가 뜨겁다. 길게는 1년 넘게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무르는 비행사들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VR 고글이 새로 개발돼 주목된다.

대만 HTC와 미국 XR Health, 덴마크 노드 스페이스(Nord Space) 기술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우주비행사들을 위해 제작한 VR 고글을 소개했다.

HTC의 VR 헤드셋 바이브(VIVE)를 바탕으로 제작된 VR 고글은 비록 가상이지만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고글은 착용자에게 석양이 아름다운 해변, 다양한 꽃이 반겨주는 산책로 등 가공의 영상을 보여줘 좁은 공간에 머물며 받은 스트레스를 덜어준다.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VR 테라피는 폐쇄된 공간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사진=노드 스페이스 공식 홈페이지>

물론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등은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VR 고글 제작을 꾀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트래킹 등 VR 기기가 활용하는 기술 자체가 중력 기반이다 보니 ISS 같은 미세 중력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HTC는 바이브 포커스 3(Focus 3) 헤드셋에 탑재되는 위치 기반 소프트웨어(Location-Based Software Suite, LBSS)를 개량했다. VR 모드 시 컨트롤러를 앵커 포인트로 이용하게 하는 특수 트래킹 방식을 통해 미세 중력에서도 안정된 VR 경험을 제공한다.

우주에서 VR로나마 자연환경을 접할 수 있다면 정신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 <사진=HTC 공식 홈페이지>

특수 VR 고글은 현재 덴마크 우주인 안드레아스 모겐센(47)이 ISS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안드레아스 모겐센은 "특수 제작한 헤드셋 덕에 바다에서 돌고래와 수영하거나 고향 집 테라스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며 "자연환경을 VR로 접하는 것은 폐쇄된 ISS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전했다.

XR Health 관계자는 "ISS에 머무는 우주인들은 오랫동안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사생활이 없는 좁고 단절된 환경에서 지내야 한다"며 "스트레스가 점점 쌓일 수밖에 없는 우주인들을 위한 VR 테라피는 지구에서도 얼마든 활용할 수 있어 향후 더 발전이 기대되는 분야"라고 소개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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