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자살이 진행되는 방식, 즉 자살을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실행하는 과정을 더 많이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스토니브룩대학교 연구팀은 자살의 공통적 변수인 '시간'에 주목했다. 자살에 대한 생각은 얼마나 지속되며, 결정을 내린 뒤 시도까지는 또 얼마나 걸릴까. 또 그 고통스러운 과정에서 개인은 시간을 어떻게 인지하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57명과 자살을 생각 중인 131명, 우울증 환자 51명, 건강한 일반인 48명 등 총 287명을 동원했다. 참가자들은 우울증과 불안 수준 등을 측정하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받은 뒤, 충동 수준을 측정하는 프로토콜과 개인이 지나가는 시간을 얼마나 빨리 또는 느리게 인식하는지 조사하는 시간 추정 작업도 거쳤다.

그 결과 실제 자살을 시도한 사람에게서 두 가지 시간적 패턴이 발견됐다. 첫 번째는 5분 이하로 생각하고 자살을 시도했고, 두 번째는 3시간 이상 고려한 뒤 실행에 옮겼다.

<사진=pixabay>

자살 결정과 시도 사이의 시간차인 '자살 행동 간격'은 개인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였지만 대부분 5분 미만 또는 3시간 이상으로 압축됐다. 특히 자살 시도자의 40%는 결정에서 시도까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정신과의사 리카르도 카세다 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자살을 시도하는 상당수가 충동적으로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시간 지연에 대한 인식이 자살 위험성과 관련이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즉 최대 3시간 동안 자살을 고민한 사람은 시간이 더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낀다. 

연구팀은 과거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는 군인이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발견된 것과 흡사한 비현실감이나 이인성 장애(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거나 자신과 분리된 느낌을 경험하는 것)가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하는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세다 교수는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동안 개인은 시간을 매우 느리게 경험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살 시도자의 시간이 느려지는 경험은 결국 심리적 고통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을 만들며, 이로 인해 해리성 장애와 같은 상태에 이르러 자살 위기가 절정에 달한다는 결론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자살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자살 예방 전략을 개선하는 데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유럽 신경정신약리학(European Neuropsychopharmacology) 저널을 통해 보고됐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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