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주성 태양이 뿜어내는 막대한 태양풍이 고해상도로 촬영됐다. 태양풍은 지구의 통신 등에 영향을 주는 지자기폭풍을 야기하는데 정확한 발생 메커니즘은 여전히 불명확하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은 26일 각 공식 채널을 통해 소용돌이치며 분출하는 태양풍 이미지와 영상을 공개했다.
이 사진과 동영상은 NASA와 ESA가 공동 운용하는 태양 탐사선 솔라 오비터(Solar Orbiter)가 2022년 10월 12일 촬영했다. 2020년 발사된 솔라 오비터는 태양을 돌며 근접 촬영 등 탐사 활동을 전개 중이다.

솔라 오비터가 잡은 태양풍은 총길이가 무려 200만㎞에 달했다. 태양이 복잡한 외층을 통해 토해낸 비틀린 소용돌이 모양의 거대 물질은 태양풍의 본질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것으로 NASA와 ESA는 기대했다.
NASA 관계자는 “솔라 오비터가 잡은 태양풍의 길이는 무려 태양 반경의 약 3배에 달했다”며 “비틀린 흐름은 3시간 이상이나 계속됐는데, 솔라 오비터는 중적외선 분광기 메티스로 이를 생생하게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그래프의 일종인 메티스는 태양 표면의 강한 빛을 차단해 태양풍은 물론 외층의 옅은 가스까지 파악한다”며 “태양풍의 움직임과 구조를 실시간 가시화할 수 있는 유일한 장비”라고 덧붙였다.

솔라 오비터가 잡은 이번 태양풍이 소용돌이 형태인 것은 자기장을 따라 파도처럼 나아가는 알벤파 때문으로 추측됐다. 알벤파는 전리된 가스, 즉 플라스마에서 자기장 방향으로 진동하는 횡파다.
알벤파는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스웨덴 학자 한네스 알벤 박사가 1942년 제창했다. 플라즈마 속에서 자기장과 연동해 진동하는 특수한 파도를 의미하는 알벤파는 태양풍 형성에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ESA 관계자는 “알벤파는 압축형으로 자기장과 같은 방향으로 변동하기 때문에 플라즈마 입자의 움직임은 흐트러지지 않는다”며 “이런 이유로 이번 태양풍처럼 정돈된 소용돌이 같은 형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소용돌이 흐름은 태양 표면의 극관 필라멘트에서 가스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온 뒤 일어났다. 극관 필라멘트란 태양의 양극 부근에서 볼 수 있는 농밀한 가스 덩어리”라며 “태양 자력에 의지해 부유하는 극관 필라멘트가 불안정해져 폭발하면 코로나 질량 방출(CME)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번 태양풍은 CME의 여파로 자기장이 재결합하면서 고밀도 가스와 자력의 비틀림이 결합돼 방출된 것으로 NASA는 결론을 내렸다. NASA 관계자는 “주목할 부분은 이번 태양풍의 지속 시간이다. 통상 분출 현상이 일과성인 데 반해 이번에는 3시간 넘게 계속됐다”며 “이렇게 긴 것은 전례가 없어 태양풍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중요한 단서”라고 평가했다.
천체물리학자들은 솔라 오비터의 관측 성과가 태양풍의 기원이나 확산 메커니즘, 나아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했다. ESA는 향후 발사할 새로운 태양 탐사선 프로바3(PROBA-3)를 통해 태양풍을 보다 정밀하게 관측하게 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