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페루 미라에 새겨진 극히 세밀한 문신이 첨단 레이저 기술을 통해 발견됐다. 아주 오래전 페루 타투 장인의 기술은 현대인과 견줄 수준이라고 학계는 평가했다.

페루와 미국, 폴란드, 중국 고고학자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27일 낸 조사 보고서에서 약 1200년 된 페루 미라의 피부에서 아주 세밀한 문신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들의 연구 성과는 지난해 말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먼저 소개됐다.

문신이 새겨진 미라들은 페루 찬카이 문화권의 인물로 확인됐다. 찬카이 문화는 페루 수도 리마에서 북쪽으로 약 70㎞ 떨어진 찬카이 계곡을 중심으로 발생했다.

페루 찬카이족 미라의 손에 들어간 문신 <사진=PNAS 공식 홈페이지>

홍콩 중문대학 마이클 피트먼 교수는 "찬카이 문화는 직물의 대량 생산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알고 보니 문신 기술도 상당히 고도화했다"며 "공룡 연구에 이용되는 레이저자극형광(LSF) 기술을 응용해 문신의 흔적을 완전히 포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학계가 파악한 문신의 가장 오래된 사례는 50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체의 연조직은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오늘날 그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시신이 미라일 경우 그나마 희망이 있지만 피부가 거무스름하고 가죽처럼 빳빳하며 문신에 사용된 잉크가 주위 조직에 번져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이클 교수는 "LSF 기술이 미라 연구에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그야말로 경이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찬카이족 미라의 손가락에 새겨진 마름모무늬는 백색광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LSF로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레이저자극형광 기술로 들여다본 페루 찬카이족 미라 피부의 섬세한 문신들. 주황색이 도는 쪽은 백색광, 푸르스름한 빛이 도는 쪽은 LSF다. <사진=PNAS 공식 홈페이지>

교수는 "약 100구의 미라에 새겨진 문신은 과감하고 아름답다"며 "불과 0.1~0.2㎜의 가는 선으로 구성되는 문신은 지금까지 조사된 다른 고대 문신들처럼 피부를 절개하고 염료를 바른 것이 아니라 바늘로 하나하나 찔러 새겨 넣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찬카이족 문신의 정밀도로 미뤄 타투이스트가 흔히 쓰는 12번 바늘보다 끝이 가는 도구를 쓴 것으로 추측했다. 1200년 전 찬카이족이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 아무래도 선인장 가시나 끝을 아주 뾰족하게 가공한 동물 뼈가 아닐까 연구팀은 생각했다.

미라에 새긴 것과 같은 문신을 넣은 도자기 인형(A)과 문신 패턴과 같은 무늬를 넣은 직물(B). C는 페루 연안 찬카이 문화권을 가리킨다. <사진=PNAS 공식 홈페이지>

마이클 교수는 "미라의 표면에 들어간 문신의 복잡성과 실력에 편차가 있어 문신사들의 수준이 다양했음을 알 수 있다"며 "이 정도 무늬를 완성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음을 감안하면 당시 문신은 찬카이 족에 아주 중요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문신에는 문화나 당시 사람들에 대한 굉장히 많은 정보가 포함돼 있다"며 "초기 문신을 연구함으로써 다른 고고학적 증거에서 얻을 수 없는 사실들에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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