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나 음료수병으로 흔히 사용되는 플라스틱병은 세계적으로 1분마다 약 100만개가 팔려나가며, 그 결과 막대한 양의 폐기물을 발생시킨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해 비용을 절약하고 환경을 보호하자는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플라스틱병은 한 번만 사용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재사용하는 것이 진짜 안전한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컨센서스 전문 매체 '메타팩트'가 8명의 전문가들에게 '플라스틱 물병을 재사용하는 것이 안전한가'라는 설문조사를 최근 실시했다.

결과적으로 '안전하다'고 대답한 전문가는 8명 중 6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설문조사 대상을 대부분 일회용 병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병으로 한정했다. PET는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식품과 음료 등을 보관하는데 안전한 물질로 승인됐다.

PET병 재사용시 방출되는 특정 화학물질로 인해 암에 걸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화학물질은 비스페놀 A(BPA)로,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잠재적으로 생식 및 신진대사와 관련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BPA는 PET병을 만드는 데 사용되지 않으며, 폴리카보네이트와 같은 더 단단한 플라스틱 재질에서 발견된다. 얼마 전 한 연구는 PET병에 든 물에서 매우 낮은 농도의 BPA가 검출됐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BPA를 찾아내지 못했다.

빈 PET병 <사진=pixabay>

BPA와 더불어 자주 언급되는 안티모니(Antimony)는 PET병 생산을 위한 촉매로 사용된다. 발암물질은 아니지만 섭취시 구토와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2008년 연구에 따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티모니가 점진적으로 발생하지만 기준치를 훨씬 밑돌았다. 안티모니의 위험 농도는 약 6ppb인데, 연구에 따르면 처음 0.195ppb에서 시작해 22℃에서 3개월간 방치한 뒤 고작 0.226ppb로 증가했다.

더불어 이 실험에서는 물병을 60℃에 뒀을 때 176일이 지나서야 안티모니가 6ppb 이상으로 올라갔으며, 80℃로 온도를 올리면 1.3일 뒤 위험수치에 도달했다. 즉, 물병을 고온에 두면 유해물질이 많이 발생한다는 지적은 극단적인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물병에서 검출되는 미세플리스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뚜껑을 처음 연 새 생수병의 93%에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미세플라스틱이 건강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게다가 영국 서레이대학교 우마 압둘 무탈립 박사는 "미세플라스틱은 재사용한 PET병보다 새로 뜯은 PET병에서 더 많이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PET병 재사용에 있어 잠재적인 위험 요소는 화학물질이 아니라 '오염'이라고 지적했다. PET병은 내구성을 고려해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기에 쉽게 손상되거나 균열이 일어날 수 있으며, 그 틈에 박테리아가 번식할 수 있다. 

또한 젖어있는 병 내부는 세균이 빠르게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PET병을 37℃에 방치하고 박테리아 1콜로니를 투입하자 48시간 이후 3만8000콜로니로 늘어났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PET병 재사용이 안전하냐는 질문에 100%가 아닌 75%의 긍정을 보였다. 즉 PET병은 위험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지만 비위생적이며 극단적 조건에 노출했을 때 문제라는 결론이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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