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문명의 죽음의 신에 사람을 산 채로 바친 고대 신전이 멕시코 유적 인근에서 발굴됐다.
멕시코 국립인류학역사연구소(INAH)는 16일 공식 채널을 통해 칼라크물 유적 근처에 잠들었던 신전의 정체는 마야 문명의 죽음의 신 아 푸치(Ah Puch)에 제물을 바칠 목적으로 건립됐다고 전했다.
아 푸치 신을 위한 신전은 멕시코 동남부 칼라크물 인근에서 진행 중인 기차역 건설 도중 발견됐다. 칼라크물은 폐허가 된 고대 마야족 도시로 지금까지 여러 유물이 나왔다.
INAH 소속 고고학자 가르시아 라미레스 연구원은 "아 푸치 신은 악취와 방귀, 악취를 내는 자 등 이명을 갖고 있어 고대 마야인들은 악취의 신이라고도 했다"며 "사람들은 아 푸치가 명계의 왕이라고도 여겼기 때문에 이번 조사로 고대 마야의 사후 세계에 대한 관념이 자세히 드러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발굴된 신전은 250~600년 고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남북 58m, 동서 50m, 높이 2m 규모로 모서리는 둥글게 정성껏 축조한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INAH 조사 결과 신전의 상부에는 안뜰이 있고 회반죽을 덧댄 보도와 석회암으로 된 돌로 만든 건물이 5동 들어섰다. 건물 바닥은 모두 회반죽으로 마감했다. 형태로 미뤄 신전은 한때 아치형 천장을 가진 것으로 생각된다.
신전 내부에서는 치아와 두개골 파편 등 인골이 여럿 발견됐다. 그 옆에는 높이 25㎝ 정도의 석회암상들이 놓였다.상은 커다란 남성기, 변형된 두개골, 두개골 탈, 마야 전통 코 장식과 가슴받이 등 각각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라미레스 연구원은 "상들의 특징은 마야인들의 전통적인 아 푸치 묘사 방식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며 "마야인들은 아 푸치 신을 죽음, 부패, 저승과 연결했다. 아 푸치는 마야인들이 생각한 저승 시발바(Xibalba)를 지배한 무서운 신"이라고 전했다.
연구원은 "아 푸치는 죽은 자의 입과 항문을 통해 영혼을 태우는 역할을 맡았다고 전해진다"며 "수많은 인골이 여기 있다는 것은 이 신전이 아 푸치 신을 숭배하는 의식의 장으로 사용됐음을 알려준다"고 강조했다.
INAH는 신전이 인간 등 아 푸치 신을 위한 공물을 바치고 기도한 섬뜩한 곳이라고 결론 내렸다. 라미레스 연구원은 "지금은 터와 돌무더기만 남은 이곳에서 한때 인간을 제물로 바치고 태우는 지옥도가 펼쳐졌을 것"이라며 "이번 발견은 고대 마야의 신앙과 의식, 습관을 알게 해줄 귀중한 자료로, 마야인과 신들의 관계나 그들의 우주관이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