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가 바닥에 촘촘하게 박힌 2000년 된 로마 군인의 샌들이 독일에서 발굴됐다. 세계 곳곳을 정복한 로마제국의 전사들이 어떤 장비를 사용했는지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역사학계는 평가했다.

독일 바이에른 유물국(Bayerischen Landesamt für Denkmalpflege, BLfD)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2000년 전 로마 군인이 착용한 샌들의 복원본을 공개했다.

유물이 발굴된 장소는 바이에른 오베르스팀에 자리한 오래된 로마군 요새다. 여기서 나온 샌들은 현대의 스파이크화처럼 압정이 박힌 바닥면의 일부다. X선 분석 결과 로마 병사가 실제 착용한 군화 칼리가(caliga)로 판명됐다.

독일 바이에른에서 발굴된 칼리가의 일부(위). 아래는 이를 X선 장비로 촬영한 사진 <사진=BLfD 공식 홈페이지>

칼리가는 로마제국의 악명 높은 3대 황제 칼리굴라(가이우스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와 연관이 있다. 칼리굴라는 작은 신발을 의미하는데, 가이우스가 어렸을 때 신은 작은 칼리가에서 이 애칭이 생겼다. 가이우스는 실정을 반복한 잔인한 폭군으로 여겨지다 최근 재평가가 활발한 인물이다.

조사 관계자는 "로마 병사들이 신은 샌들 형태의 군화 칼리가는 염소와 양, 소의 가죽을 겹겹이 쌓아 올려 두꺼운 창을 구성했다"며 "여기에 쇠나 구리 압정을 박아 황무지를 진군하도록 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희귀한 발견은 한때 세계를 호령한 로마군이 사용한 군사 장비를 들여다볼 좋은 기회"라며 "튼튼한 스파이크는 행군 중 미끄럼 방지 역할을 했고, 구조상 물집이나 참호족도 막아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물 조각을 바탕으로 재현된 칼리가 <사진=BLfD 공식 홈페이지>

기원전 27년부터 1453년까지 이어진 로마제국은 군화의 다양한 변천사로 유명하다. 초창기 로마 군화는 단순히 병사의 발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됐으며, 발끝이 훤히 보이는 구조였다. 시간이 가면서 군화는 실내 슬리퍼처럼 끝이 막힌 구조로 진화했다가, 칼리가 같은 변종도 나왔다.

조사 관계자는 "칼리가는 유물 자체가 드물어 로마시대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며 "유럽 원정에 나선 로마군이 어떤 군화를 신었는지 보여주는 이번 발견은 식민지 사람들이 그들의 생활양식과 복식을 받아들인 과정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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