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터 섬(라파 누이) 원주민들이 사용한 것으로 여겨져온 롱고롱고(Rongorongo) 문자는 섬에서 만들어지고 발전한 고유 문자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볼로냐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발굴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롱고롱고 문자는 폴리네시아 이스터 섬에서 발견된 수수께끼의 목판에 새겨진 상형문자로 유럽인 이주 이후 개발됐다고 생각됐다.

연구팀은 섬에서 발견됐으나 곧 반출돼 로마 등 각지에 흩어진 롱고롱고 문자판 4개를 모아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을 실시했다. 그 결과 3개는 유럽인 이주 이후, 나머지 하나는 유럽인이 이스터 섬에 발을 들이기 이전의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를 이끈 볼로냐대 실비아 파라라 교수는 “롱고롱고 문자가 새겨진 나무판은 1864년 최초로 발견됐고 직후 선교사 등에 의해 외부로 반출됐다”며 “문자가 어떤 과정을 통해 제작됐는지 여전히 수수께끼”라고 전했다.

이스터 섬(라파 누이)을 상징하는 모아이 거석 <사진=pixabay>

이어 “목판 3개는 19세기 벌채된 나무판에 새겨졌음이 드러났고, 나머지 하나는 그보다 수백 년 전인 1493년에서 1509년 사이의 것이었다”며 “마지막 목판은 유럽인이 이스터 섬에 들어온 1720년을 기점으로 최소 200년 전의 것으로, 롱고롱고 문자가 섬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롱고롱고 문자가 이스터 섬 고유 문자라는 일부 학자의 가설을 뒷받침한다. 롱고롱고 문자의 형태는 인간의 신체 부위와 자세, 동식물, 도구, 천체와 같은 사물을 본떴다. 이런 표기법이 언제, 어떻게 나타났는지 특정하기 어렵지만, 그간 섬에서 발견된 바위에 새겨진 그림과 형태가 비슷하다.

실비아 교수는 “우리 연구는 롱고롱고 문자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중국, 메소아메리카 등 각 문화의 고유 문자들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독립된 것임을 알려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스터 섬에서 반출된 롱고롱고 문자판 중 하나. 상형문자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사진=사이언티픽 리포트 공식 홈페이지>

교수는 “흥미로운 점은 이번에 조사한 목판이 남아프리카 고유의 나한송의 일종으로 이스터 섬에는 없다는 사실”이라며 “이 나무는 중세 이후 배의 돛대로 사용됐기 때문에 침몰한 유럽인들의 배에서 이스터 섬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학계는 라파 누이 원주민들이 외부의 영향 없이 문자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었다면, 이들의 문화 역시 학자들의 생각보다 고도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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