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 전 세워진 중동의 스톤헨지 루즘 엘 히리(Rujm el-Hiri, 삶의 돌무더기를 의미)는 학자들의 생각과 달리 천문대가 아니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 및 네게브벤구리온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10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주장했다. 루즘 엘 히리는 시리아 남서쪽 끝 골란고원에 위치한 원형 거석 구조물로 중동의 스톤헨지 또는 유령의 바퀴로 불린다.
이 유적은 오랜 세월에 걸쳐 고대인들이 천문 관측소로 이용됐다고 학자들은 생각해 왔다. 다만 최근 조사에서 이를 부정할 만한 중요한 사실이 밝혀졌다.

조사 관계자는 "최신 기술을 활용해 탐사한 결과 이 유적이 지각운동의 영향으로 제자리에서 수십 m나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고대의 천체 움직임과 정합성 역시 없는 것이 밝혀져 천문대 가설은 틀렸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구물리학적 기법과 원격 탐사 기술을 이용해 유적 주변 30㎞의 범위를 상세히 조사했다"며 "이 지역의 지표는 지각변동에 의해 지난 1억5000만 년에 걸쳐 연간 815㎜쯤 이동했고 수천 년 동안 회전했다"고 덧붙였다.
루즘 엘 히리가 만들어진 기원전 2500~3500년경 하지와 춘분, 추분의 천체 위치와 유적의 배치를 비교한 연구팀은 당시 입구나 벽의 위치가 천체도와 전혀 일치하지 않는 점도 파악했다.

루즘 엘 히리의 중심에는 높이 4.6m의 돌무덤이 놓여 있다. 그 주변을 둘러싸는 환상(고리) 구조로 돌이 배치됐다. 가장 바깥쪽 고리의 지름은 160m에 달한다. 사용된 현무암 총량만 4만2000개 이상이고 벽의 높이가 최대 약 2.4m나 되는 이 거대 유적의 정확한 용도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 탐사에서 이 유적이 농업이나 방목에 이용됐을 가능성도 떠올랐다"며 "인근에 수십 기의 봉분이 발견됐는데, 일부는 매장 목적이 아니라 창고나 피난처, 주거지로 사용된 것도 있어 고대인이 루즘 엘 히리를 중심으로 생활했음을 상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