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하에서 가장 오래된 백색왜성이 새로 발견됐다. 이 천체가 포함된 태양(항성)계에는 우리 태양계에는 없는 원소가 풍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구에서 불과 90광년 거리여서 향후 정밀 관측 가능성에 기대가 쏠렸다.
영국 워릭대학교 천문학자 마크 갈릭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5일 국제 학술지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에 게재된 논문에서 우리은하에서 100억년 전 형성된 오래된 태양계와 백색왜성 ‘WDJ2147-4035’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백색왜성이 마치 무덤 같은 미행성 잔해에 둘러싸여 있는 점에 주목했다. 미행성이란 원시 행성계 원반을 구성하는 우주 먼지와 가스가 결합해 만들어진 지름이 약 1㎞의 작은 행성이다. 미행성들이 중력 상호작용으로 서로 충돌하고 합쳐져 성장한 결과가 지구 같은 행성으로 여겨진다.
희한한 것은 미행성 잔해에 리튬과 칼륨이 대량으로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지구가 속한 우리 태양계에는 이런 원소로 구성된 행성이 없다. 다른 태양계라 할지라도 우리은하 안에 포함됐기에 이런 차이는 이질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백색왜성은 태양과 같은 항성의 잔해인 고온의 핵으로, 항성 진화의 최종 형태 중 하나다. 유럽우주국(ESA)의 관측 위성 ‘가이아’가 포착한 백색왜성 ‘WDJ2147-4035’와 주위 행성들은 태양이나 지구가 태어나기 전 형성돼 죽어간 오래된 천체들이다. 연구팀은 왜 초기 우리은하에서 탄생한 이 오래된 태양계가 우리 태양계와 판이하게 다른지 궁금했다.
연구팀은 칠레 파라날 천문대의 초대형망원경(VLT)과 관측 장치 ‘X슈터’를 활용, ‘WDJ2147-4035’와 그 주변을 면밀히 조사했다. 그 결과 리튬, 칼륨, 나트륨 등 원소가 백색왜성 ‘WDJ2147-4035’의 주위로 끌려가 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 갈릭 박사는 “‘WDJ2147-4035’ 주위에 있는 미행성들 역시 우리은하에서 발견된 백색왜성 주변 천체들 중에서는 가장 오래됐다”며 “시뮬레이션 결과나 백색왜성 자체는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로 미뤄 리튬, 칼륨, 나트륨들은 미행성들의 잔해에 의해 공급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번 관측에서 ‘WDJ2147-4035’ 외에 또 다른 백색왜성 ‘WDJ1922+0233’도 발견했다. 이곳에 지구를 뒤덮은 암석질 지각을 가진 행성 파편이 널린 점에서 연구팀은 지구가 우주에서 그리 희귀한 존재가 아닐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마크 갈릭 박사는 “사실 우리가 사는 지구나 태양계는 우주 어딘가에 더 있을 가능성이 얼마든 있다”며 “이번에 관측된 미행성 무덤에 둘러싸인 백색왜성은 머지않아 우리도 따라가게 될 슬픈 운명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태양과 같은 항성은 95% 이상 백색왜성으로 진화한다. 그전에 팽창해 거대한 적색거성이 되면서 근처 천체를 흔적도 없이 파괴한다. 우리 태양의 경우도 언젠가 팽창해 수성이나 금성, 지구 등 행성을 삼킬 것이고, 산산조각 난 행성 잔해와 백색왜성만 남겨질 것으로 추측된다. 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일어날 시기를 지금으로부터 약 50억년 후로 보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