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제기돼온 얼음 천체 엔켈라두스를 뱀처럼 생긴 로봇이 탐험한다. 물과 얼음이 가득할 것으로 보이는 엔켈라두스에 파견될 로봇이 왜 뱀 형상을 했는지 관심이 쏠렸다.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이 최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소개한 로봇 'EELS'는 길고 통통한 몸체로 거대한 보아 뱀을 떠올리게 한다.
'Exobiology Extant Life Surveyor'의 약자인 'EELS'는 말 그대로 우주생물학에 기반, 외계 생명체를 탐사하는 장비다. 특별히 뱀처럼 기다란 몸체를 한 것은 미끄러운 얼음 위나 틈새, 굴곡을 문제없이 이동하고 수중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해서다.
JPL은 당초 엔켈라두스 탐사에 적합한 여러 형태의 로봇을 떠올렸다. 이 중에는 로봇 팔에 캐터필러 형태의 바퀴를 장착한 기존 탐사 로버 디자인도 포함됐다. 연구를 거듭한 JPL은 두꺼운 지층 아래 얼음과 드넓은 바다가 존재할 것으로 생각되는 엔켈라두스의 생명체 탐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기동력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런 점에서 'EELS'는 어떤 지형이든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평지에서는 바퀴가 달린 로봇보다 속도를 못 내지만, 조금이라도 굴곡이 있거나 불규칙한 지형은 아주 쉽게 이동한다. 2019년 프로토 타입 공개 이후 개량을 거듭한 'EELS'는 수많은 시뮬레이션 끝에 최근 빙판과 물, 모래 등 다양한 실전 테스트를 통해 만족할 만한 성능을 발휘했다.
개발을 이끈 JPL 소속 로봇공학자 오노 마사히로 연구원은 "미지의 얼음 위성 엔켈라두스를 누비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사륜차 설계를 과감하게 배제한 독창적 디자인이 필요했다"며 "우리의 모토는 기존의 로봇이 갈 수 없는 곳을 이동하는 새로운 장비"라고 설명했다.
길이 4m에 무게 100㎏인 'EELS'는 독립된 세그먼트 10개로 구성된다. 세그먼트가 회전하면서 부착된 나선형 날개로 지면을 긁어내며 움직인다. 단순히 기어다니는 데 그치지 않고 탐사 활동에 필요한 동작, 일테면 머리 부분을 들어 사진을 찍거나 샘플을 채취할 수 있다. 이런 동작 구현을 위해 각 세그먼트에는 내구성이 검증된 관절 구조와 모터가 적용됐다.
'EELS'는 스테레오 카메라와 레이저로 주위를 촬영, 3D 맵을 작성한다. 이렇게 제작된 3D맵을 바탕으로 가장 안전한 경로를 찾아 이동한다. 펄스를 발사해 반사광으로 물체와 거리를 측정하는 LiDAR도 탑재했다. 주위 환경을 자동 감지해 위험 요소를 계산하고 손상을 입을 경우 어느 정도 자력으로 회복하도록 설계됐다.
NASA는 'EELS'를 엔켈라두스에 투입해 성능을 실험하고, 탐사 과정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낼 경우 물과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제기돼온 다른 천체에도 파견해 조사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