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아날로그시계의 시간이나 달력의 날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만능 이미지가 강한 AI의 의외의 허점에 학계의 관심이 모였다.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인공지능 연구팀은 1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아날로그시계의 바늘 위치를 통해 현재 시간을 말하거나 달력 날짜를 계산하는 실험에서 최첨단 AI의 정답률이 상당히 저조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멀티모달 대규모 언어 모델(MLLM) 중 하나를 선택해 실험을 진행했다. MLLM은 언어에 국한된 LLM과 달리 음성과 이미지 등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빠르게 처리하는 통합형 AI다.
실험 관계자는 “최신 버전의 MLLM에 아날로그시계와 달력 이미지를 각각 보여주고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예컨대 아날로그시계 이미지를 제시하고 시간을 묻자 AI의 정답률은 25%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아날로그시계 읽기는 초등학생도 가능한 쉬운 질문이지만 만능으로 여겨지는 AI는 상당히 애를 먹었다”며 “AI는 숫자만으로 이뤄지거나 바늘이 화려한 시계를 특히 싫어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시계의 초침 유무는 AI의 정답률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시곗바늘을 읽을 수 없다는 약점은 바늘의 검출이나 각도 해석과 관련된 뿌리 깊은 문제에 기인한 것으로 연구팀은 해석했다.
시계뿐 아니라 달력을 활용한 퀴즈에서도 AI는 약점을 보였다. 명절을 맞히거나 과거 또는 미래의 특정 날짜를 계산하는 간단한 퀴즈를 내자 가장 뛰어난 AI 모델조차 5회에 한 번은 오답을 내놨다.

실험 관계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는 AI가 시간의 이해에 왜 서툰지 고민하게 됐다”며 “아날로그시계나 달력을 이해하려면 공간 인식과 문맥의 이해, 숫자 조합을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 문자 판독뿐만 아니라 바늘의 위치 관계나 일자의 규칙을 이해하는 것이 지금의 AI에 어려운 과제 같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사람은 어릴 때부터 시계를 읽고 달력을 사용하도록 교육받는다”며 “이번 발견은 인간에게 기초적인 일이라도 AI는 상당히 어려워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의 성과는 오는 4월 28일에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ICLR(표현학습국제학회) 2025 세션을 통해 발표된다.
정이안 기자 agnlee@sputnik.kr